"아프간 국민 죽어가는데"…해외도피 전 대통령·관리들, 해외서 호화생활

기사등록 2022/06/14 16:17:05

해외 도피 전 대통령·관료·정치인 등 미·유럽·UAE 고급 주택서 생활

美 캘리포니아에 부동산 최소 10채 소유한 전 대통령 측근도 있어

일부는 탈레반 장악 전인 장관 시절부터 외국에 고가 부동산 매입

[서울=뉴시스]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 체류 중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가니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2021.08.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피해 해외로 탈출한 일부 고위직과 그들의 가족이 미국 등 해외에서 고급 주택을 구입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탈레반 체제 하에서 많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가난과 빈곤에 허덕이는 것과 대비된다.

WSJ에 따르면 2014년 출범한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고위직을 맡았던 일부 관리들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해안의 저택에 살고 있다. 다른 고위급 관리들과 정치인들도 유럽,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등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이전부터 외국에서 고가의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니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중순 수도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넘어간 뒤 해외로 탈출했다. 그는 거액의 현금을 들고 탈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가 국외로 도피할 당시 현금 1억6900만달러(약 2012억원)를 소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가니 전 대통령이 차량 4대에 현금을 가득 실은 채 헬기를 타고 도주했으며, 차마 싣지 못한 현금이 활주로에 나뒹굴었다고 전했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후 처음 수개월은 부인과 함께 아부다비의 오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머물렀다. 현재는 UAE가 제공한 저택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가니 전 대통령 측근 중 한 명인 함둘라 모히브 전 국가안보 보좌관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정착했다.

모히브 전 국가안보 보좌관은 플로리다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기 전 아부다비 샹그릴라 호텔에 머물렀었다. 임신한 부인의 건강과 안전이 걱정된다는 것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이유다. UAE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숙박시설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해안에 위치한 침실 4개의 저택은 장모 소유다. 모히브 전 보좌관 부인은 미국인이다.

그의 부인은 수도 워싱턴DC에 수익용 부동산을 소유한 것로 파악됐다.

모히브 전 장관은 WSJ에 "세계 그 어디에도 내 명의로 된 자산은 없다"고 말했다.

가나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재무장관을 역임한 에클릴 하키미는 캘리포니아주에 최소 10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무장관 시절부터 그리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2018년 이후에도 캘리포니아의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WSJ은 전했다.

하키미 전 장관이 보유한 전체 부동산의 가치는 1000만 달러(약 128억원) 이상으로 이중에는 250만 달러 상당의 해변 주변에 수영장이 있는 침실 5개짜리 호화 주택도 포함됐다.

아프가니스탄 전 정부 미자막 재무장관 할리드 파옌다는 워싱턴DC 부근에 2개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는 10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파옌다는 WSJ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한 후에 우버 운전자로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있고 월세를 받아도 현금의 흐름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은 터키 고급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고, 무스타파 마스투르 전 경제장관은 터키에 살면서 두바이에 호화 콘도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스타파는 "숨길 것은 없다"며 "두바이에 투자한 것은 그(호화 콘도)게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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