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퍼펙트 스톰`...인플레 공포 강타(종합2보)

기사등록 2022/06/13 17:48:15 최종수정 2022/06/13 18:36:43

원·달러 환율 장중 1290원 육박

외환당국 구두개입 나서…효과 미미

코스피 1년6개월 만에 2500선 후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코스피가 미국의 물가 충격 등의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하락한 2504.51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41.09포인트(4.725%) 떨어진 828.77로, 원·달러 환율은 15.19원 오른 1,284원에 거래를 마쳤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2022.06.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류병화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하룻 새 15원 넘게 급등하면서 한 달 여 만에 다시 128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도 1년 6개월 만에 2500선으로 후퇴했고, 코스닥도 전 거래일 보다 5% 가까이 폭락하며 82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10년 여 만에 3.5%를 넘어섰다. 미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는 등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68.9원)보다 15.1원 급등한 12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1원 상승한 1280.0원에 출발했다. 장중 한때 1288.90원까지 치솟았으나 장중 기준으로 지난달 12일 기록한 연고가(1291.5원)을 넘지 못했다. 환율이 128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16일(1284.10원) 이후 18거래일 만으로, 기간으로 보면 약 한 달 만이다.

외환 당국은 환율이 1290원에 육박하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원화 약세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7일, 4월 25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날 장중 저가인 1280.0원 보다도 높은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장중 고가와 저가는 8.9원 차이가 나는 등 높은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미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인덱스가 다시 104를 넘어서는 등 큰 폭 올랐다. 10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90% 상승한 104.15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4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16일(104.200)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8.6% 급등했다. 이는 1981년 12월(8.9%)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전망치이자 전월치인 8.3%도 웃돌았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에 대한 기대가 옅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종전 3.6%에서 40.3%로 크게 높아졌다.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59.7%로 나타났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5월 미국 소비자 물가 급등 소식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주요 지수 모두 큰 폭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80.00포인트(2.73%) 내린 3만1392.79로 거래를 마쳤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6.96포인트(2.91%) 떨어진  3900.86로 장을 닫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414.20포인트(3.52%)나 급락한 1만1340.02에 장을 마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에서 그나마 호재로 작용했던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논의가 미 소비자물가 발표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며 "이번달 FOMC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새로운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오버 슈팅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 긴축 공포에 코스피도 3.5% 하락한 2500선으로 내려섰고, 코스닥도 5% 가까이 빠진 82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3일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일 대비 1.76% 내린 2550.21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키우며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500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1월13일(2493.87)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홀로 667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06억원, 2178억원을 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69.86)보다 41.09포인트(4.72%) 하락한 828.77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전일보다 1.97% 내린 852.74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키우며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34억원, 260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홀로 70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가 더 강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국채 시장에서도 패닉장이 연출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30분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239%포인트 오른 3.514%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0일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3.275%)를 넘어선 것이다. 국채 3년물이 3.5%를 돌파한 것은 2012년 4월 12일(3.5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장 마감 기준으로는 2012년 4월 6일(3.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도 0.116%포인트 오른 3.387%를 기록해 3년물 금리와 역전됐다. 3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12년 9월 11일 30년물이 도입된 이후 지난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지난 4월 11일에도 3년물이 30년물보다 0.04%포인트 더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역전된 바 있다. 30년물은 5년,10년, 20년물 보다도 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제 침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5년물은 전장대비 0.227%포인트 오른 3.679%에서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일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3.502%)을 넘어선 것으로 지난 2012년 4월 6일(3.6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도 전장대비 0.159%포인트 오른 3.654%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3.7%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다시 3.6%대로 내려섰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14년 1월 23일(3.656%)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0년물은 0.142%포인트 오른 3.546%를 기록했다. 2014년 5월 26일(3.5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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