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수출 재개 위한 러시아-터키 장관회동, 성과없이 끝나

기사등록 2022/06/08 22:33:56 최종수정 2022/06/08 22:59:43

유엔 개입 지지하며 추후 만나기로 합의

터키, 러시아의 대 우크라, 서방 일방비난에 제동

[AP/뉴시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왼쪽)과 터키의 카부소을루 장관이 8일 앙카라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8일 터키 앙카라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터키 외무장관이 만나 우크라이나 곡물의 흑해항 선적 및 수송 문제를 논의했으나 추가 회동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해결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빠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과 터키의 메블루트 카부소을루 장관이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양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흑해항 수출재개를 위해 유엔이 개입하고 안을 마련하는 것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유엔은 흑해 항행에서 독자적 권한을 국제법에 의해 부여받은 터키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도 찬성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친한 러시아와 터키가 흑해항의 수출재개에 관해 이견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나토 동맹이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을 통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가까와졌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사태가 나자 다른 나토 동맹처럼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중간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평화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시도해왔다.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의 라브로프는 예상대로 우크라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에 명령해서 아직 러시아가 점령하지 않은 오데사나 미콜라이우  항 앞에 매설한 기뢰를 제거하도록 하면 흑해 항에서 우크라 곡물을 실은 선박이 러시아 해군의 경호 속에 안전하게 흑해를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점령 지역의 여러 흑해변 및 아조우해변 항구에 러시아가 열어놓은 안전항로의 이용을 우크라가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는 점령지 항구 수출은 러시아의 약탈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라브로프는 우크라 기뢰 문제에 이어 세계 곡가 급등이 러시아의 흑해 봉쇄 때문이라는 서방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우크라 수출 곡물이 세계 전체 수출량의 1%에 불과한데 마치 여기서 곡가 급등이 전적으로 초래됐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AP/뉴시스] 러시아 외무부 제공사진으로 8일 터키 앙카라에서 러시아 라브로프 장관(왼편)과 터키 카블소을루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협의하고 있다
서방이 러시아 선박의 해외항구 기항과 이용을 금지시켜 러시아 곡물과 비료가 수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싹 빼버리고 말도 않는다고 불평했다.

통계로 보면 우크라이나는 세계수출량에서 옥수수는 16%, 밀은 9%을 차지하는 등 세계 기본곡물의 10% 수출이 헛된 말은 아니다. 올 들어 밀 원자재 가격이 20% 넘게 올랐는데 이로 해서 특히 동아프리카 지역의 굶주림 위기가 심화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 양국은 아프리카가 수입하는 밀의 40%을 대고 있다. 우크라는 혼자서 세계 밀 수출량의 11.5%를 차지하고 있어 라브로프의 1%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고의적일 경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이날 경고한 곡가급등 관련 러시아의 '거짓 정보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라브로프가 이렇게 러시아는 아무 책임이 없다면서 우크라와 서방을 곡물가격 위기의 주범으로 몰아붙이자 터키의 카부소을루 장관이 보다못해 이를 제지하고 반박하고 나섯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곡가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초래하지 않는 국제적 현상이긴 하지만 우크라 그리고 러시아도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러시아 책임은 흑해 항의 점령 및 미점령지 항구의 해상 포위로 우크라 곡물의 선적을 어렵게 만들고 선적되었다해도 출항과 자유항행을 불가능하게 만든 점이다. 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터키 장관이 타박을 주었다.

우크라는 그간 곡물수출의 93%를 흑해 항구에서 했다. 흑해가 막히면서 우크라의 곡물 수출량은 전년의 2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기자회견 전 러시아와 터키 장관의 협상 논의도 기자회견 때처럼 낮은 합치 수준에서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말 외에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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