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평소 공급물량 3~40% 감소…용차·운송사 계약으로 대비
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 배송지연 막기 위해 대응책 고심중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며 주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여름 성수기를 맞아 소주와 맥주 유통이 급감하며 '주류 대란'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이 지난 3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에서 총 26차례 파업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운임 30% 인상과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 70% 공회전 비용 제공,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진입 및 도로 점거를 시도해 생산라인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화물차주 파업으로 공장이 멈춰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화물차주들은 이천공장 점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측 인력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파업에 가담한 화물차주들이 공장에서 물류센터로 나가는 길을 점거한 상태로 동료 화물차주 배송을 방해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임 인상 ▲지입제 폐지 등을 관철시킬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65% 이상을 기록 중인 하이트진로의 소주 생산량과 출고량이 동반 감소할 경우 전국적으로 '소주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류 회사 거래선인 도매업체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 경우 편의점, 대형마트, 음식점 등에 제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주류 공급 감소로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에서 참이슬과 진로의 소주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화물차주 파업으로 인해 지난달 중순 이후 일 평균 출고량이 평소 대비 60% 정도에 그친다.
실제 5월15일부터 31일까지 평소 공급 물량의 60~70% 공급에 그쳤고, 현충일 연휴 기간에는 화물차주들의 도로 점거로 인해 50% 이상 공급량이 줄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이천·청주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지만 화물차주들의 도로 점거로 생산 물량을 물류센터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며 "향후 개인 화물차에 배송을 위탁하거나 제3의 업체에 운송을 의뢰해 공급 지연 사태를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와 마찬가지로 이천과 청주에 각각 공장을 가동 중인데 위탁 운송업체 기사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상당수에 달한다.
오비맥주는 화물차주들을 상대로 화물연대 총파업에 동참하지 말라고 독려하는 한편, 향후 배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 화물차 기사 확보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천과 청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연휴 기간 동안 물류 창고로 많이 옮겼지만 언제든지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여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여름 성수기여서 물량을 많이 공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사태가 벌어져 난감하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도 강릉, 군산, 충주에서 각각 소주와 청주,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아직은 전국 배송에 큰 영향이 없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면 배송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품 생산 및 배송에 차질이 없지만 화물연대 총파업 수위에 따라 제품 공급 지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제품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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