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선 책임공방 본격화…리더십은 공백
김종민 "'이재명 지키자' 옹호할 문제 아냐"
김남국 "선거 전부터 '이재명 죽이기' 기획"
'생사여탈권' 쥔 당권 놓고 정면충돌 불가피
총선까지 2년 남아…지역 기반·리더도 부재
"분당 요건 못 갖춰…계파싸움 장기화할 듯"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친문과 친이 간 계파갈등에 휩싸였다. 6·1 지방선거 참패가 도화선이 됐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계파갈등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친문계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펴며 선공을 날렸다. 그러자 친명계도 이재명 의원에 대한 집단 공격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친문-친명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 받으며 계파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야권발 정계개편에 대한 전망마자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나와 6·1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놓고 불거진 당내 책임공방과 관련 "이게 '이재명을 지키자' 이런 식으로 자꾸 옹호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내 친 이재명 세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죽이자 이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과연 민주당 민주주의가 과연 이게 이대로 좋은 거냐,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이 문제가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선 때 있던 지도부와 대선 때 있던 에너지 또 그 브랜드, 메시지 가지고 다시 한번 (지선에서) 붙어보자 이 결정을 민주당이 한 것"이라며 "이 민주당의 결정에 대한 평가와 성찰, 반성 이게 없이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누가 더 책임이 있고 없고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이런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게 됐는지, 또 이 결정이 과연 민심에 부합하는 건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 걸 반복하지 않아야 되는데 그러려면 뭘 해야 되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후년 민주당 총선도 어렵다"고 봤다.
앞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책임론' 논의가 선거 전부터 계속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심지어 선거 당일 낮 12시에 모여서 회의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전국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보와 당원들, 지지자들은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선거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은 대선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6·1지방선거 직후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한 것을 두고 "마치 '작전' 하듯이 국회의원 10여분께서 일제히 SNS에 글을 올리고, 일부는 방송에 출연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이재명 의원에 대한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 의원 성격상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분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 패배로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사퇴한 후 민주당은 리더십 공백 상태다. 새로 구성될 비상 지도부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르는 데 역할이 한정된 '관리형 비대위'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더욱이 새로 선출될 당대표는 2년 후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2년 후 전체 의원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가 친명계와 친문 중 한쪽의 승리로 끝날 경우 패배한 쪽은 '분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표가 승리한 후 갈등을 빚던 총선 직전 비노·호남계 의원들은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민주당 후보들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8월 전당대회 이후 곧바로 민주당이 극한 상황에 몰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분당의 조건'이 갖춰져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선 다음 총선까지 2년 가까이 시간이 남아 당을 쪼갤 동기가 작다는 것이다. '공천학살'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파간 주도권 쟁탈전이 계속되리라는 관측이다.
지역적 기반과 구심점도 마땅치 않다. 지난 2015년 민주당 분당 때는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비노·호남계 의원들이 결합해 제3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당시 영남 기반의 친노친문에 대한 반발심이 컸던 호남 민심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 호남 28석 중 25석을 국민의힘이 석권하는 게 가능했다.
이미 대선을 거치며 여야 간에 이합집산이 이뤄진 만큼 여권으로의 이동 등 '인위적 정계개편'도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은 뉴시스에 "역대 분당은 총선 직전이어야 하고, 리더와 명분,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친문계든 친명계든 분당의 요건을 다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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