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앙당 공약 아냐…한 지역서 결정 못 해"
"초장기 연구 과제가 좀 과하게 띄워진 것일 뿐"
조응천 "대선 때 관심 가졌지만 안 되는 거라 해"
이재명 "제주관광 영향? 모자라거나 악의적 선동"
일각 "총괄선대위원장이면 전국적 시야 가져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꺼낸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엇박자가 여과없이 표출되고 있다. 이 위원장의 김포공항 이전은 인천과 수도권 서부지역 표심을 공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과 제주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파장 축소에 부심하는 모습이나, 이재명 위원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공세를 일일히 맞받아치며 김포공항 이전을 통한 이른바 '수도권 서부 대개발' 공약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3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이전은 한 개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각 지역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부의 정책으로 정책할만한가 안 한가 이 판단은 차차 해봐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 자기들 입장에서 자기 지역 입장에서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고, 해당 지역 후보들이 득표율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내놓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론' 공약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위원장은 전날 경기 용인중앙시장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중앙당의 공약이 아니고,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쨌든 장기적으로 검토는 해 봐야 되는 연구 과제 아니냐는 차원에서 초장기 연구 과제 검토 협의를 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보면 너무 과하게 띄운 것"이라며 "그런 정도로 당내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거리를 벌렸다.
이어 "정확하게 연구 과제로 협의된 것인데 그걸 이준석 대표만 그런 건 아니지만 너무 과하게 이걸 역으로 프레임을 걸어서 띄우신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와 제주도당이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쟁점이 되니까 그러면 당연히 제주도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 이재명 위원장과 가까운 조응천 의원 역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때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엄청 밀었고 이재명 후보가 상당히 관심이 있던 것"이라며 "제가 여러가지로 분석해서 이거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때(대선 때) 얘기했다"고 전했다.
대선때도 수도권 공급대책 차원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검토했지만 서울지역 의원들의 내부 반대로 접었던 일을 상기시킨 셈이다.
조 의원은 "몇 달 사이에 그게 되겠냐"며 "대도시에는 대체공항을 지금 다 만들고 있는 추세다. 큰 공항이 있는데 그 큰 공항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공항으로 이착륙, 회항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슬롯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은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이 지금 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행자가 '중앙당 차원에서 다 공감한 공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단 것이냐'고 묻자, 조 의원은 "제가 아는 한 그렇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면 이재명 위원장은 이날 오전 계양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할 경우 제주 관광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이 주장은) 저는 좀 모자란 생각이거나 악의적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제주지역 민주당 인사들의 반대와 관련해선 "지역과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계양을 위해서도, 인천을 위해서도, 수도권 서부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항공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것이 맞다. 국가나 지역과 국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면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자신의 공약을 비판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33.5㎞)다. 김포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제주 관광 악영향이라니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일인가"라며 "갈라치기 조작 선동 그만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한 논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면 좋겠다"고 맹비난했다.
이 위원장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계양·인천·서울과 관련된 공약을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라면서도 "일부 제주와 관련된 관광 활성화와 관련되어서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셨지만 그런 타격과 관련된 것은 기우"라고 엄호했다.
이를 두고 전국적 파급력이 큰 '대선급' 공약을 섣불리 꺼내들었다가 내부에서마저 이견이 나오며 자중지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이재명 후보가 자신이 나간 특정 지역 선거에 몰두하는 것도 이해되지만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입장도 함께 고려하며 전국적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공약을 밀어붙이는 건 결국 계양을 선거가 이 위원장에게 녹록치 않은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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