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사업 원년멤버…경쟁 통신사 같이 시작했지만 KT만 남아
공공 시장 절반 확보 목표…AI클라우드 키우고 AI반도체 개발 추진
IDC 용량 2배로 확대…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글로벌 진출 타진
2026년 매출 목표 2조…올해 밸류에이션 평가 후 상장은 2~3년 후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11년 전, KT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다. 다른 통신사도 클라우드를 론칭해 선의의 경쟁을 할 거라 생각했는 데 이젠 우리만 남았다. 중간에 아마존웹서비스(AWS) 진입으로 시장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인공지능(AI)과 공공 시장을 공략하면서 판을 바꿔나갔다."
27일 강남에 위치한 KT클라우드 사옥에서 만난 윤동식 대표는 지난 11년간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해온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KT클라우드는 지난 4월 1일 KT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클라우드·IDC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16%를 기록, 2025년 11조6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이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디지털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 강화를 위해 KT클라우드를 분사했다.
◆ "개척하던 시장 외산에 뺏겨…경쟁력 확보 총력"
윤 대표는 KT가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2011년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다. KT 클라우드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 클라우드 추진담당, KT DS 사업인프라총괄, KT IT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KT그룹 내 디지털인프라 사업을 진두 지휘해왔다.
"2016년에 AWS가 들어오는 걸 알고 있었다. 국내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에서 활동하다 보니 AWS가 유리했다. 글로벌 1위 사업자라 인력이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밀렸다. 시장을 뺏긴 것 같아 힘들었다. "
윤 대표는 KT만의 경쟁력을 찾는 데 주력했다. 재작년 클라우드 부문으로 복귀한 이후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추진했다.
그는 "공공 클라우드는 데이터 보안이 중요해 글로벌 사업자 수주가 제한적"이라며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추진하는 신정부 정책은 앞으로 공공 영역을 더 키워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공공 시장 '절반' 목표…AI클라우드로 차별화"
KT는 8600억원 규모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AI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KT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출시한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 서비스를 필두로 AI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AI 플랫폼과 서비스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HAC는 AI 인프라 솔루션 스타트업 ‘모레’와 협력해 만든 클라우드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서비스다. 각 기업이 GPU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만 할당받아 사용하고, 요금은 사용한 만큼만 납부하는 종량제 구조다. HAC 사용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최대 70%다.
나아가 초대규모 ‘GPU 팜(컴퓨터 서버와 운영시설을 모여놓은 곳)’과 전용 AI 반도체 칩 개발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자로 올라선다는 포부다. AI반도체는 서버용으로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 내부 파일럿 테스트로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
멀티 클라우드 사업도 추진한다. 대상은 KT가 AI시장에서 주력하고 있는 AI기반 콜서비스센터(AICC)로 이를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올릴 예정이다. 금융사의 클라우드 전환도 노리고 있다. 대다수가 아직 물리적 서버를 유지하고 있어 클라우드로의 전환 수요를 공략한다. 금융사의 경우 공공 영역과 비슷한 성격을 띄고 있어 국내 사업자 수주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5G특화망(이음5G)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엣지(Edge) 컴퓨팅 기술과 5G 코어 가상화 기술을 접목해 5G 장비를 클라우드 서버로 대체하는 기술적 검토를 진행한다.
◆ "IDC 용량 2배 확대…글로벌 진출, 철저히 준비"
IDC 사업의 경우, 용량 증설과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다. 국내 1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24년까지 IDC 용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린다. IDC 센터를 3~4곳 추가, 100MW를 더 확보함으로써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우즈베키스탄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2019년부터 우즈베키스탄의 이스트 텔레콤을 통해 IDC 구축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이에 더해 몽골, 동남아시아 등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KT클라우드 론칭 이후 바로 일본, 미국을 방문했다. 웹페이지만 만들면 고객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아직 구체화 한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수요가 어디든 있어서 사업이 꽤 진척되고 있다."
◆ "2026년 매출 2조 달성…KT 가치 제고에 도움"
KT클라우드의 분사 첫 해 매출 목표는 6000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매출보다 30% 증가한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2026년 2조원 규모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최고 디지털전환(DX) 전문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다. AI 클라우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 집중해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로 공공분야 전담 사업체계를 구축해 DX 선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연내 추진 될 것이란 시각도 있으나 연말까지 밸류에이션 작업 후 고려할 예정이다. 기존 KT주주 가치 보호 방안까지 마련, 실제 시기는 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외부 투자 역시 법적 수준에 맞춰 진행한다. 대략 1000억~5000억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윤 대표는 초대 수장으로서 KT클라우를 '번듯한 회사'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KT클라우드가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KT의 시장 평가까지 높이는 시너지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KT 내부에선 클라우드 시장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인재 유출도 심했다. 이 두 가지 고민을 안고 분사를 추진했다. 분사하고 나니 임원들이 하루 6시간씩 면접을 봐야 할 만큼 지원자가 몰린다. 연말까지 150명 정도를 더 뽑아 650명 규모로 키울 생각이다. 이제는 괜찮은 시장(회사)이 하나 더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무엇보다 KT클라우드가 KT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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