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별세…구본성·구지은 '남매의 난' 어떻게 될까?

기사등록 2022/05/12 16:21:16 최종수정 2022/05/12 16:34:43

이른 승계 작업이 2016년 경영권 분쟁 도화선으로 작용

아버지 별세가 변곡점 될 듯…'분쟁 재점화'vs'화해모드'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 구지은 대표의 모습(사진=아워홈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하며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간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부친 별세를 계기로 극적인 화해 모드가 가능할 지, 아니면 분쟁이 더 가속화할 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 삼녀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다. 고 구자학 회장은 2000년대 초에 이미 아워홈 지분을 4자녀에게 고루 분배하며 승계 작업을 일찍 마무리했다.

4자녀의 합산 지분율은 98%에 달한다. 구자학 회장은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적용해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줬다. 장남이 가풍에 따라 회사를 이끌 수 밖에 없다는 의지가 담긴 포석이다.

◆이른 승계가 되레 2016년 경영권 분쟁 '도화선'
하지만 자녀들에게 일찌감치 지분을 나눠주며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것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회사 경영과 무관한 삶을 살았고,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아워홈 안팎에서는 LG가의 전통을 깨고 여성 최초의 후계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구자학 회장도 4남매 중 유일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한 구지은 부회장을 후계자로 키웠다.

그러다 2016년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뛰어들며 상황은 급반전 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외식 기업인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한 후 남매 간 다툼이 시작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하며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지만 장녀인 구미현 씨가 이를 반대하며 복귀는 관철되지 못했다. 2019년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증액을 시도하자 구지은 부회장이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워홈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인 2021년 구지은 부회장은 극적으로 경영권 탈환에 성공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59%에 달하는 3자매가 연합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오빠인 구 부회장을 몰아냈다. 

◆올해 경영권 분쟁 재점화…구지은 체제 '흔들'
한동안 잠잠했던 남매의 난은 올해 새로운 돌발 변수를 만났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가 힘을 합쳐 아워홈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아워홈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한 것이다. 이들의 지분은 58.26%로 아워홈 지분의 과반을 넘는다.

매각 자문을 맡은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지난달 40여곳에 투자안내문을 배포했다. MBK파트너스, H&Q,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대형 사모펀드를 비롯해 다수의 금융투자회사와 회계법인들이 이 안내문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CJ, 신세계,풀무원, 농심, 동원, 대상 등도 아워홈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단체급식사업, 식재유통사업을 비롯해 식품사업, 외식사업,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구미현 씨는 주총 소집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남매의 난을 또 다른 국면으로 몰고 갔다.  캐스팅보트인 구미현 씨가 주총 소집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임시 주총 소집은 사실상 구본성 전 부회장 뜻대로 진행되기 힘들다. 이러면 남매의 난은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비화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구미현 씨는 지분 매각 계획까지 철회하진 않았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지분을 동반 매각하겠다는 의사는 그대로 남겨놓은 것이다. 경영권 분쟁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지분을 매각하는 행보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구미현 씨가 모종의 신호를 구지은 부회장에게도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자신의 입장을 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지분을 매각해 아워홈의 최대주주를 제3자로 뒤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12일 오후 부친인 구자학 회장의 빈소에 들어가고 있다. 2022.05.12.


◆구자학 회장 별세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곡점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는 이런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지금보다 더 격화하거나, 아니면 극적 화해 모드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구본성 전 부회장은 향후 임시 주총을 열고 새로운 이사 48명을 선임한 뒤 기존 구지은 부회장이 선임한 이사 21명을 해임하는 '이사 및 감사의 해임과 선임'에 대한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주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주총을 개최하려면 장녀인 구미현 씨의 지분 도움이 필요한데 이미 주총 소집 동의를 부인한 상황에서 구미현 씨가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지금까지 흐름을 볼 때 경영권 분쟁의 결론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의 지분 동반 매각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진단이다. 이 지분 매각을 통해 아워홈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며 구지은 부회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구지은 부회장의 선택지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구미현 씨 지분이 어디로 매각되느냐 여부가 구지은 부회장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선 구미현 씨 지분 19.28%을 자신의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여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다.

차선책으로는 구미현 씨 지분이 구지은 부회장에게 우호적인 매수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 지분이 누군가에게 단독으로 매각되면 구지은 부회장은 이 매수자를 포섭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부친 별세 계기로, 형제간 화합 가능성도 나와
구자학 회장 장례식을 기점으로 형제간 극적 화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자학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푸드서비스 사업부(FS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아워홈 매출은 사업 초기인 2000년 2125억원에서 2021년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아버지가 일군 이 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남매가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경우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공동 경영' 같은 방안을 협상할 수도 있다.

또 구본성 전 부회장을 설득해 구지은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나머지 남매들이 화합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대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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