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인권 친화 기관 기대 안고 출범
첫 기소엔 아쉬움…'판사사찰' 수사 의지 강해
인력 부족은 수사 무능력 원인…채용 시급
[서울=뉴시스] 김소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결과물로 뽑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공수처 설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1996년부터 25년간 이어져 온 새로운 수사기관 탄생에 대한 염원을 공수처 설치로 이뤄냈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21일 정식 출범했다. 헌정사상 첫 고위 공직자 전담 수사기관의 탄생이었다. 공수처를 향한 기대도 뜨거웠다. 출범 3개월 만에 접수된 고소·고발장만 1000건에 이르렀고, 1년간 3000건에 육박하는 사건이 몰렸다.
출범 이후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아쉽다'가 주를 이룬다. 특히 수사 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 공직자는 손도 못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공수처는 수사 능력을 갖추기 위해 사건 입건 시스템까지 바꾸는 듯 노력을 꾀했다. 다만 '인력 부족'은 공수처에게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 인권 친화 기관 자임, '인권 침해' 논란 시달려
지난 1월21일 발표된 김진욱 공수처장의 '취임 1주년 기념사'에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모두 9번 등장한다. 공수처는 검찰과 차별화된 인권 친화적인 수사기구를 자임했고, 검찰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만큼 인권침해 방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약속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며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엄단한다'는 것은 시민이 기대하는 공수처의 역할이자 설립 취지다.
지난 1월20일 참여연대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에선 공수처의 가장 큰 공(功)으로 '검찰 견제'를 꼽혔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검찰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검찰이 공수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기존 수사 관행에 대해 합리적 비판의 준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인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언론·민간 등을 대상으로 한 '무더기 통신사찰' 의혹은 현재까지도 문제로 언급된다.
'피의자 괴롭히기'와 '황제 조사'라는 상반된 꼬리표도 공수처에게 따라 붙었다. 지난해 3월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당시 서울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을 조사하면서 김 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해 기존 수사기관처럼 권력자를 '모셔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는 체포영장 기각 이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나치게 인신 구속을 시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첫 기소 아쉬워…尹 수사는 진행 중
8일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첫 기소가 '스폰서검사' 사건인 것인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있다. 출범 이후 1년2개월 동안 한 건도 기소하지 못해 '공(空)수처'라는 비판을 받아온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로는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는 출범 당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사건만 8건 입건하면서 '윤석열 수사처'를 자처했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으나, 의지력은 상당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잇따른 무혐의 처분에 그쳤다. 공수처는 현재 윤 당선인 관련 수사 중 '판사 사찰' 의혹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린 상태다. 지난 4일 '고발 사주' 의혹과 6일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은 잇따라 무혐의 처분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수사 방해·고발 사주 의혹은 이미 무혐의 처리됐다.
공수처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선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개입 사건(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1차 조사하던 날부터 판사 사찰 관련 추가 조사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후에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건강상 문제로 아직 조사가 안 된 상황"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10일 임기를 시작하면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갖게 돼 사실상 수사 진행이 어렵다. 현직 대통령을 임기 내내 피의자 신분으로 남겨두는 게 오히려 공수처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공수처 내부적으로 윤 당선인에 대한 별다른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인력 대거 채용 계획…'인력 부족' 여전히 한계
"검사 절반 이상 투입됐다."
공수처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4일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인력과 관련해 이렇게 언급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정원 40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고발사주' 수사팀은 23명으로,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검사는 15~16명 정도라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검사 정원을 25명, 수사관 정원을 40명, 행적직원을 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이고, 3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일개 지청보다 못한 25~40명을 두고 있는데 수사를 하네 못하네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수사 인력 부족'은 대내외적으로 계속해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수원지검이 지난해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의 수사 외압 혐의를 공수처로 넘겼지만, 공수처는 수사 인력 부족의 이유로 10여일 만에 수원지검에 재이첩한 바 있다. 이때 불거진 문제가 '유보부 이첩'이기도 하다.
수사관 수도 부족하다. 현재 공수처 소속 수사관은 모두 34명이다. 공수처법상 검찰·수사관 정원은 각각 25명과 40명으로 제한돼 있다. 비어있는 수사관 자리는 검찰 1명, 경찰청 5명, 해경 3명 등 파견인력으로 채워진 상태다. 특히 경찰청 파견 인력은 8월 말까지 공수처에 있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공수처는 수사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수사관 정원에 대한 직급 조정을 마쳤다. 올해 상반기에는 결원 중인 수사관 6명에 대해 공개모집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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