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 대 웨이드' 의견서 파장 일파만파…親임신중절 시민단체 '우려'

기사등록 2022/05/03 23:20:31

대법원 앞서 시위도…'보수 우위' 대법원 구조 재편에 꾸준히 우려 제기

[워싱턴=AP/뉴시스]3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 관련 의견서 유출을 두고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05.03.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전복에 가까운 대법원의 의견서가 유출되며 미국 전역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친(親) 임신중절 단체 가족계획연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CNN에 따르면 가족계획연맹은 3일(현지시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쪽으로 쓰인 대법원 의견서 초안이 보도된 후 "소름끼치고 전례가 없다"라는 성명을 배포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두고 "대법원이 헌법상 임신중절 권리를 끝낼 준비가 됐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라고 했다.

앞서 폴리티코는 전날 미국 내 임신중절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과 관련한 대법원 의견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98쪽에 달하는 해당 의견서를 작성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두고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의견서에는 임신중절이 수정 직후 배아와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두고 미국 국민들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심오한 문제라는 점이 언급됐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해로운 결과를 불러왔으며, 임신중절 문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게 얼리토 대법관의 의견이다.

가족계획연맹은 성명에서 "우리는 수십 년간 불길한 조짐을 봐 왔지만, 이는(의견서는) 엄청나게 충격적"이라며 "임신중절권 반대 단체가 전국적으로 임신중절을 금지하려는 궁극적인 계획을 공개한 직후에 나타났다"라고 했다.

알렉시스 맥길 존슨 가족계획연맹 최고경영자(CEO)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를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끌어내릴 방법에 대한 로드맵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이어 "임신중절은 여전히 합법"이라며 "지금 법원 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믿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대법원이 유출된 초안의 노선을 따라 정말로 주류 의견을 낸다면 임신중절 권리의 토대는 대법원이 낸 어떤 의견서보다도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이는 국가의 절반에게서 본질적인 헌법적 권리를 국가 절반으로부터 박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도가 나온 직후인 2일 밤 임신중절 지지 및 반대 단체들은 대법원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로 대 웨이드 판결 존속을 두고 위기감이 제기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이어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대법원 구도가 보수 우위로 바뀐 상황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 전복이 시도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번 대법원 의견서는 임신 15주 이후 대부분의 임신중절을 금지하려는 미시시피주 주법과 관련해 나온 것이다. 지난 2월10일 대법관 사이에서 회람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6월 말~7월 초순에 실제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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