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권 선거·공직자 6대 범죄→경제·부패 축소
'중'→'등' 바꿔 확대 여지에도…취지 감안하면 불가
선거사건 등 부패범죄서 구분 어려워…실무 혼란
대통령령 넣어도 공소권 남용 지적 피하기 어려워
선거범죄 빠지며 정치인 '이중 특혜' 받는다 지적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본회의 처리를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핵심 중 하나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기존 6대 범죄에서 2개(경제 및 부패범죄)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제·부패범죄와 성격이 유사한 사건을 완전히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실무선에서 혼란이 막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주도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법안은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줄이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검찰청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검찰의 주요 수사 개시 범위를 경제·부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로 축소한 데 이어 또다시 그 규모를 경제·부패로 축소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초 민주당이 임시회기 내 본회의 통과를 공언하며 내놨던 원안에 비해 개정안이 그나마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민주당안은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중'으로 제한한 반면, 수정안은 부패·경제 '등'으로 규정해 대통령령으로 추후 추가 수사 범위를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를 유의미하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중'이 '등'으로 바뀌며 부패·경제 범죄 수사를 진행하며 기타 범죄에 대한 수사도 원칙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이 법의 취지가 당초 선거·공직자 등 4개 범죄를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수사 범위를 크게 늘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전날 수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브리핑을 열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다른 범죄와 구별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공직자범죄의 경우 부패·경제범죄와 불가분하게 연결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양적인 변화일뿐 질적인 변화는 아니며, (수사범위를) 대통령령으로 맡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권력 분립이라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데, 검찰을 지배하는 대통령이 (수사범위를) 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률로 손을 대놓고 대통령령으로 다시 집어넣게 되면 이것은 하위법이 상위법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직자·선거범죄 다수가 직권남용·금품수수 등으로 부패·경제범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를 완전히 구분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가령 검찰이 일례로 제시한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용하는 승마용 말 등 73억원 상당의 뇌물 수수 혐의가 포착된 부패범죄는 삼성그룹에 후원금 지급을 요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자범죄를 수사하던 중 파악한 사건이다.
이처럼 기타 범죄와 부패·경제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실무 차원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설사 대통령령으로 기존에 제외했던 범죄를 부패·경제 사건 수사에서 확대할 수 있게 하더라도, 과정의 위법성을 문제로 검사들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령으로 삭제된 범죄를 넣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고 실제 그렇게 시행령을 만들 수도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반박이 있을 것"이라며, "횡령 수사를 하다가 공무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어도 이 자체가 법에 위반됐다며 기소가 이뤄져도 공소권 남용이라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령에 넣지 않는다고 해도 관련성이 커 수사를 확대하면 무리한 수사라며 위법한 공소제기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며 "이처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실무 차원의 논의가 될 것이 너무 많은 부분"이라고 했다.
6대 범죄 외에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속한 범죄'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주요 범죄가 아닌 이상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6대 범죄가 아닌 7, 8, 9의 범죄를 넣을 수 있도록 해놔도 상당히 수사 범위가 크기는 하지만 가치에 대한 인지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것까지 굳이 검사가 해야 하느냐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 폐지로 인한 부작용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수정안은 선거 사건과 관련해 올해 12월31일까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남겨두기로 했는데, 이는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위해 제시했던 중재안에서 선거사건 수사권의 경우 법안 시행 3개월 이내인 9월께 폐지하기로 한 것을 늘린 것이다.
선거범죄는 당장 6월1일로 임박한 지방선거 관련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지만, 이를 두고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선거범죄의 경우 선거가 끝난 후 행정행위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공소시효를 6개월로 두고 있는데, 이는 해외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검찰은 선거사건의 경우 선거 직후보다 관계자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끝난 이후부터 고발이 본격화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사기간은 극도로 짧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시한을 뒀다고 해도 다수 사건이 시점을 넘겨 발생할 수 있고, 수사권 이양 과정에서 수사가 공백에 놓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검 측은 "선거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은데 앞으로 검찰 수사까지 제한되면 정치인이 이중특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선거사범들은 내년 1월 이후 금품 또는 직 제공을 할 것이고 사건 수사는 공백으로 남을 것"이라며 "공소시효를 늘릴 수 없다면 선거도 일종의 부패범죄로 보고 직접 수사권을 남겨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민주당은 이날 검찰청법을 시작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수완박 입법안의 국회 처리가 사실상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검찰은 '위헌' 쟁송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찰청은 법안 통과를 가정해 다음 달 중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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