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안건조정위' 뼈있는 판례…"일방적 입법 저지 위한 것"

기사등록 2022/04/28 09:31:19 최종수정 2022/04/28 12:40:43

민주, '꼼수탈당'으로 법안 단독처리 논란

안건조정위 무력화, 헌재심판대 오르기도

헌재 "안건조정위, 다수당 입법저지 목적"

"무력화 인정할 특별한 사정 유무 따져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나 본회의가 산회되자 여야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이기상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는 과거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의 기능이 '다수당의 입법독주를 막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이른바 '꼼수 탈당'으로 안건조정위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약 헌재가 이같은 점을 문제 삼게 된다면 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효력을 잃게 될 수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020년 5월 옛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심리했다.

당시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정개특위에 소속된 당시 한국당 의원들은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청했고, 쟁점이 있던 법안들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후 정개특위 위원장은 상정된 법안에 관한 심사를 진행한 뒤 표결을 거쳐 의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안건조정위가 구성된 지 이틀 만에 의결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의결까지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실질적으로 안건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법에 안건조정위가 최소한 얼마간 활동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헌재가 안건조정위의 역할에 관해 정의를 내렸는데, 이번 검수완박 법안 처리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당시 헌재는 "안건조정제도는 이견을 조정하기 어려운 안건에 대해 의원 수가 가장 많은 1교섭단체 소속 조정위원, 그 밖의 조정위원을 각각 3인의 동수로 하는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도록 한다"며 "쟁점 안건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했다.

특히 헌재는 "안건조정제도는 국회 내 다수 세력의 일방적 입법 시도를 저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해석대로면 민주당이 소속 의원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뒤 안건조정위에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하게 만든 것은 제도의 본래 기능에 맞지 않는 행위로 보는 게 맞다.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의 입법 시도가 전혀 제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건조정제도의 취지는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에 있는데, 지금 다수당이 한 명을 무소속으로 만들어 법을 정면으로 깨뜨린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상정에 반대하는 피켓을 자리에 붙여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7. photo@newsis.com

게다가 헌재는 이러한 '꼼수 탈당'이 다른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헌재는 정개특위 사건에서 여야 의원이 모두 출석해 의결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안건조정위가 제대로 기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출석 상황 외에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음을 인정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출석한 상황에서 안건조정위 의결이 이뤄지긴 했지만, 그보다 앞서 이뤄진 '꼼수 탈당'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지 심리해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헌재는 그동안 입법 과정에서 다른 정당이나 소수당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를 바로잡는 판단을 내린 사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권한쟁의심판 등을 통해 충분히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안건조정위를 거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내용이나 헌재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의 절차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중이어서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 즉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의 경우에는 전날 안건조정위 의결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법안의 본회의 부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이미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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