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전망 발표…3개월 만에 0.5%p 하향
물가 3.1→4.0% 상향…주요국 대비 낮은 편
세계는 4.4→3.6%…하방리스크 확대 가능성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대에서 2%대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률은 3%대에서 4%대로 올려 잡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와 국제유가 상승 등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훼손 등 대외적인 악재에서 한국 경제가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19일(한국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5%, 물가 상승률은 4.0%로 예측됐다.
◆경제 성장률 0.5%p 낮추고, 물가는 0.9%p 올리고
IMF는 올해 초인 지난 1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3.0%, 물가 상승률은 3.1%로 예측한 바 있다. 불과 석 달 만에 경제 성장률은 0.5%포인트(p)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0.9%p 상향한 것이다.
이번 전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본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전쟁에 따른 공급망 훼손과 인플레이션 등이 보다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각국이 코로나19 이후 시행하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재정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봉쇄로 추가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가능성도 세계 경제에 악재로 꼽혔다.
이러한 대외적인 악재는 한국 경제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예상하건대 세계 경제는 물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 성장률 전망이 낮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올해 3%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 주요 평가기관은 일제히 2%대로 낮춰 잡기 시작했다. 지난달 피치(2.7%), 무디스(2.7%), 스탠다스앤푸어스(2.5%) 등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주요 선진국 대비 소폭 조정…"인플레 압력에도 회복력 보여"
한국 경제 성장률은 0.5%p 하향 조정됐지만 조정폭은 독일(1.7%p), 이탈리아(1.5%p), 영국(1.0%p), 일본(0.9%p), 프랑스(0.6%p) 등보다 양호하다. 주요국 중 미국(0.3%p), 중국(0.4%p) 정도만 한국보다 조정폭이 작다.
IMF는 지난 1월 전망이나 지난달 29일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와 달리 전쟁 영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주요 선진국 대비 제한적이라고 했다.
IMF 미션단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되는 와중에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를 없앤 2020~2022년 한국의 평균 성장률은 1.85%로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미국(1.92%)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으로 확대하면 2.11%로 미국(2.02%)을 포함한 G7 국가를 모두 상회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에는 주요 선진국 중 코로나 상흔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고, 지난해 가장 먼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지난 1월과 동일하게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해 주요 선진국 중 미국과 함께 2019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을 회복했다. 2019년 지표를 100으로 했을 때 올해는 105.6으로 미국(105.9)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내년에는 108.7로 미국(108.3)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 물가도 지난 전망 대비 상향 조정됐으나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미국 7.7%를 비롯해 영국 7.4%, 독일 5.5%, 프랑스 4.1% 등으로 주요 선진국 평균 물가 상승률은 5.7%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등의 노력으로 일부 상쇄됐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0.8%p↓…"전쟁으로 회복세 대폭 둔화"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4.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었으나 이번에는 0.8%p 낮춘 3.6%로 전망했다.
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첫 전망인 만큼 그에 따른 공급망 훼손, 인플레이션 등이 보다 심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로 기존보다 0.6%p 낮췄고, 신흥국은 3.8%로 1.0%p나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은 곡물값 상승, 수입수요 감소 등으로 대부분 성장률이 하락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11.3%p나 하향 조정되며 -8.5%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크라이나는 무려 38.6%p나 뒷걸음하며 -35.0%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IMF는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전쟁 악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과 물가 상승, 러시아 채무 불이행에 다른 대차대조표 위험, 유가·식품가 폭등, 코로나 재확산, 중국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및 부채 부담 증가 등을 주요 하방 리스크로 거론했다.
이에 IMF는 국가별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재정·통화정책을 추진하고,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와 선진국 통화긴축에 대응하기 위해 신흥국의 금리인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신공급과 코로나 검사·치료 지원을 지속하는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채무 재조정 가속화와 글로벌 과세 공조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미래 디지털화 등에 대비한 재교육, 고용안전망 확충과 탄소 가격 설정, 탄소 감축 목표 상향 등 기후변화 대응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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