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당분간 4%대…올해 물가도 3.1% 크게 상회할 것"
"추가 조정 시기는 주요국 통화정책·물가 등 점검해 판단"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첫 한은 총재 공석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4%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인 연 1.25%로 올린 바 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연 1.25%로 동결한 바 있다. 2017년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된 이후 처음으로 직전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 없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인상하는 등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에 대해서도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퇴임 이후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아직 취임하지 않아 사상 처음 총재 공석 속에서 열렸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총재 공석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긴축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판단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는 10년여 만에 4%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31.2%나 상승한 영향이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광범위한 물가상승압력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새 정부가 민생 최우선 과제로 물가잡기를 선언한 상황인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에 내수 회복이 제약될 것이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전월대비 1.9% 감소했다. 1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대비 0.3% 감소했고, 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3.1로 전월(104.4) 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2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동기 보다 7.6% 늘었고, 백화점 매출액도 5.9% 늘었으나 증가폭은 둔화됐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2월 수출은 20.6% 늘어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 2월 취업자수도 전년 동월대비 103만7000명 늘었고, 실업률도 3.4%로 전년동월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 실업률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목표로 삼았던 가계부채 증가폭은 둔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대비 19조1000억원(1.0%) 늘어난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 3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1059조원으로 한 달 전 보다 1조원 줄어 사상 첫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월(2000억원) 보다도 감소폭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3월 기준으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감소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5만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4만8443명, 누적 확진자 수는 1597만906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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