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북한·중국 엇갈렸다…북중러 협력 균열 생기나

기사등록 2022/03/04 11:16:54 최종수정 2022/03/04 12:34:43

3월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서 투표 엇갈려

북한, 러 지지하면서 반대표…중국은 기권

北 추가 제재 막는 북중러 연대 흔들리나

[워싱턴=뉴시스]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결의안이 채택된 모습. (사진=유엔TV 캡처) 2022.03.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최근 들어 연대를 과시해온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북한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중국은 기권하면서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유엔은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 특별총회에서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41개국 찬성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군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밖으로 즉각적이고, 완전하게, 조건 없이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은 당사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시리아와 함께 결의안에 반대했다. 반면 중국은 기권했다. 중국과 인도, 이란 등 35개국이 기권했다.

[워싱턴=뉴시스]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17일(현지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발하는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엔TV 캡처) 2021.11.17. *재판매 및 DB 금지
투표 외에도 이번 사안에 대응하는 북한과 중국의 입장이 엇갈렸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1일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서방이 조직적으로 안보를 위한 법적 보장이란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해 유럽 안보환경을 약화시켰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반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결의안 투표가 온전한 논의 끝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권하기로 했다며 절차적 문제를 거론했다.

[워싱턴=뉴시스]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7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TV 캡처) 2022.02.07. *재판매 및 DB 금지
이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입장차가 분명해지게 됐다. 북한은 러시아의 침공 행위 자체까지 긍정하며 러시아를 전폭 지지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규탄 행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며 소극적인 지지에 그친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연대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그간 유엔무대에서 공조를 지속해왔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위반하는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고 이에 따른 안보리 회의가 열려도 중국과 러시아는 한 목소리를 내며 추가 제재를 반대해왔다.

이처럼 공조를 다지던 북한과 중국이 입장차를 드러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집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를 규탄하며 경제 제재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와 친선을 다져왔던 북한과 중국은 이미지 동반 악화 위험에 놓이게 됐다.

특히 중국의 고민이 커 보인다. 북한은 수년간의 대북제재에 단련돼 국제사회를 적으로 돌리는 것에 익숙한 편이지만 중국은 올림픽 개최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과 중국의 대응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8일째인 3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2022.03.03. kch0523@newsis.com
게다가 중국은 유엔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를 깨뜨리려 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엔 체제를 허물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양국 입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나아가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려는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침공에 찬성할 경우 중국은 약소국 영토·주권 보존이라는 자국의 외교 원칙을 스스로 어기게 되는 셈이다.

이런 중국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북한은 북중러 연대를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부터 유엔에서 북한을 위해 추가 제재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던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입장에 따라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선례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무력행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면 중국이 예전처럼 섣불리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체르니히우=AP/뉴시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손된 시티 센터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2.03.04.
이 경우 북한은 군사 도발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북한은 오는 4월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신형 핵무기와 미사일을 공개하고 시험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열려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 박탈이 거론되눈 상황에서 중국까지 돌아선다면 북한으로서는 군사 도발에 따른 추가 대북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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