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격 나선 어나니머스…사이버는 '세계대전中'

기사등록 2022/03/03 14:41:00 최종수정 2022/03/03 18:08:43

러시아 반격 나선 다국적 해커연대…크렘린궁 등 웹사이트 공격

'반격에 반격' 격화되는 러 VS우크라 사이버 전쟁…사이버戰은 현대전 필수요소


[키예프=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 부차 마을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도로에 쌓여 있는 러시아군 차량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2022.03.02.

【서울=뉴시스】성연광 기자 = # 지난달 말 러시아 크렘린궁과 국방부 등 러시아 주요 정부 웹사이트들이 알 수 없는 해킹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을 받은 러시아 국영TV 채널의 경우 정규 방송 대신 우크라니아 현지 상황 등이 송출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지난달 24일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가스공급회사인 트빙고텔레콤과 벨라루스 무기 생산 업체 테트레더 시스템도 공격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면전 속에 양국간 사이버 교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주요 인프라를 겨냥한 러시아의 해킹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다국적 해커 연합군이 러시아를 상대로 총공세에 나서면서다.

지난달 러시아의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외교부·에너지부·재무부 등 주요 정부부처 사이트와 금융권 2곳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마비되는 피해를 당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정부를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추정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전쟁 도발 전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미래전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해석했다. 전력 통신 방송 등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동시다발적 공격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한달 전인 1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주변국 일대에 랜섬웨어로 위장한 사이버 공격코드들이 대량 유포됐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사이버 공격에 당하기만 하던 우크라이나가 일대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건 현지 정부의 지원 요청에 세계 해커들이 화답하면서다.

그동안 사이비종교·인터넷검열·전쟁 발발에 대항하는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가 대표적이다. 어나니머스는 세계적인 이슈가 있을 때 특정 리더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면 그 뜻에 동참한 해커들이 공격에 가세하는 비정형 익명 단체다.

이 단체는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튀니지 정부의 정보 통제를 비판하는 사이버 공격, 2015년 케이케이케이(KKK) 지지자 명단 공개, 2015년 파리 연쇄테러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IS)을 상대로 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주도했다.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는 2일(현지시간) "K팝 지부(K-pop divisions)가 미 전역의 경찰을 끌어내렸다"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어나니머스 트위터 캡처) 2020.6.2.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크렘린궁, 국방부 등 러시아 정부 웹사이트들과 금융기관, 관영매체 등을 겨냥해 연이어 디도스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우크라니아 정부가 전세계 해커그룹에 디도스 공격을 요청하며 목표로 꼽았던 웹사이트들이다. 이에 고무된 마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트위터에 사이버군을 창설하겠다며 러시아 정부기관 가스, 석유회사 등 러시아 30여개 웹사이트를 추가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관제센터를 해킹해 첩보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급반전하자 이번에는 러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랜섬웨어 조직들이 러시아 정부군 지원에 나서며 확전되는 양상이다. 러시아 사이버 공격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서버를 상대로 이들 조직이 해킹공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는 대상자와 진원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보복이나 국제 재판 소송 자체도 어려운 '비대칭 전력'”이라며 “사이버 공격은 미래전이 아닌 이미 현대전의 핵심 전술로 자리잡았음을 이번 전쟁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일찌감치 사이버전 역량 극대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경제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가 우리 핵심 시설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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