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깜깜이 기간 예측불허 속 단일화로 승부수
중도층 등 安 지지층과 부동층 尹 흡수 기대
보수·진보 구도 단순화…진영결집 효과 전망
사전투표시 용지에 '사퇴' 표기 사표 방지도
윤-안 진실공방 기싸움에 李 선택할 가능성도
"공정 중시 2030 유동성 커지고 4050 李 집결"
이미 安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尹·李로 분산
尹 당선돼도 국힘-국당 합당 후 마찰 불가피
[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승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전격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불과 6일 남은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면서 단일화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꼽혔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중도층과 부동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전날 김동연 새로운 물결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고 정치개혁 이슈를 주도하며 여론의 흐름이 이 후보 쪽으로 흘러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와 안 후보가 3일 전격 단일화에 합의, 다시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구도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3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에 들어가 개표 직전까지 예측 불허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의 유불리에 대해선 정치권의 의견이 갈린다. 성공한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치적 야합에 대한 응징 투표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교체 지지층의 결집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 및 부동층의 표가 윤 후보로 흡수된다면 윤 후보에 상당히 유리해진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의 이른바 'DJP 연합'으로 대표되는 '성공한 단일화'의 또다른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단일화가 막판 최대 변수인 건 분명하고 진즉했으면 좋았겠지만 초박빙 구도에서 윤 후보가 약간 비교 우위를 보위고 있는데 단일화가 성사돼 윤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이 후보를 따돌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에 향한 표의 3분의 2정도, 아주 박하게 보더라도 절반은 윤 후보에게 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는 쪽은 대선 판도가 다자 구도에서 사실상 양자 구도로 굳혀지는데 근거를 둔다. 안 후보가 완주했을 경우 다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지만 단일화가 되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있더라도 보수·진보 대결구도로 확연히 갈라져 보다 확실한 보수 결집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단일화는 대선 판을 흔드는 '바람'의 역할을 하고 있어 안 후보가 윤 후보와 유세에 나서면 정권교체 바람으로 막판 선거 분위기를 몰아가 윤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어 보인다.
사전투표일 직전에 단일화가 이뤄져 미흡하나마 사표 방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도 양 측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사전 투표 전날인 3일 후보직을 사퇴하면 사전투표는 본투표와 달리 현장에서 용지를 인쇄하기 때문에 비고 란에 '사퇴'라는 표시가 들어가 사표를 막을 수 있어서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윤·안 단일화가 정치 야합에 따른 응징적 투표라는 역효과를 낳아 '나쁜 단일화'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관측은 윤·안 단일화를 두고 지난 20여일간 양측이 진실공방과 기싸움을 벌인데다, 사전투표 하루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한 정치공학적 성격이 큰 탓에 윤 후보가 아닌 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응징적 효과' 가능성을 점쳤다.
김 교수는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단일화를 결정적 한방이라 판단하겠지만, 단일화가 롤러코스터를 타왔지 않나. 국민들이 이걸 기만이나 농락으로 생각한다면 응징적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2030세대는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중요시하는데 이 세대에 과연 이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보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미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 한 이후 안 후보의 표는 윤 후보와 이 후보로 흩어진 상태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했다.
이어 "또 윤 후보에게 안 후보 지지표가 일방적으로 갈 거라 보지 않는다"며 "윤 후보로 갈 거면 벌써 갔을 거다. 국민들은 이런 단일화나 합당은 선거비용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걸 가치연합이라고 포장한들 믿겠나"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윤 후보에 대한 2030의 유동성이 커지고 4050대 이 후보 지지자들은 오히려 광범위하게 결속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2030 표심 중에서도 여성 표심과 역결집에 주목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이 막판에 통합정부와 정치개혁을 고리로 김동연과 단일화를 이뤄내 막판 공세를 취했다. 여기에 윤·안 단일화는 대응할 카드는 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결집에는 역결집이 분명히 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권이 역결집을 시도하면 안철수 주축 기반인 2030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할 건 지에 따라 단일화 성패는 달려 있다"며 "그런데 윤 후보가 어제 TV토론에서도 페미니즘에서 '똥볼'을 찼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성 이슈에 한계가 있지 않나"며 회의적 시선을 보였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사전투표 전날 단일화는 정책선거를 스스로 짓뭉개는 것"이라며 "정치의 선진적 모습과 동떨어진 모습은 그 자체로 비판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안 단일화와 이후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도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엄 소장은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르지 않나. 선거가 끝나면 말이 통합정부 지분협상도 해야되고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도 합당 결의를 했지만 무산됐다"며 "이번 선거가 끝나 이기더라도 그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양측 갈등은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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