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폭언 증거, 김보름 일지뿐" 주장…판결문 보니(종합)

기사등록 2022/02/21 10:24:10 최종수정 2022/02/21 11:03:59

김보름 1심 300만원 배상 일부 승소에

노선영 측 "일방적 폭언 사실 아냐" 항소

"재판부, 김보름 작성 훈련일지로만 판단"

판결엔 '욕설하는 것 봤다' 동료 사실확인서

"내가 왕따 논란 촉발?…연맹 문제점 지적"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한국 김보름이 질주하고 있다. 2022.02.1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과 관련,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김보름(29)씨가 동료 노선영(32)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노씨가 과거 훈련에서 욕설을 했다'며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노씨 측이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21일 노씨 측 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김보름은 이번 소송에서 '7년 넘게 노선영으로부터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며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했다는 김보름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노씨 측은 지난 17일 항소했다.

노씨와 김씨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고 수차례 다툼은 있었던 것은 맞지만, 김씨가 주장하는 일방적인 폭언·욕설은 없었다는 것이 노씨 측의 주장이다.

노씨 측은 "1심 재판부가 폭언과 관련한 김보름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는데,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이 지나 김보름이 제출한 훈련일지(김보름 작성)가 유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노선영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는 김보름 본인의 진술만 확인될 뿐"이라며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 측은 변론 과정에서도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심 재판에서 폭언 인정의 근거가 된 것은 김씨의 훈련일지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김씨, 노씨와 함께 훈련했던 동료선수들이 일치하여 국가대표 훈련 당시 김씨가 노씨에게 화를 내며 욕설을 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며 노씨 측 주장을 배척했다.

사실확인서란 작성자가 요지가 되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주겠다는 취지로 작성하는 문서다. 통상 변론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제출된다.

재판부는 김씨의 훈련일지와 사실확인서를 종합해보면, 2017년 11~12월 3차례 김씨가 노씨에게 욕설을 하며 '천천히 타면 되잖아'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노씨 측은 일명 '왕따 주행 의혹'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 "법원 판결로 그동안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당시 노씨의 인터뷰는 김씨 등이 자신을 왕따 시켰다는 내용이 아닌 빙상연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씨가 무리하게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고, 재판부가 이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는 노씨 측 설명이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노선영이 지난 2019년 2월21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2일차 경기 여자일반부 1000m에 출전해 역주 뒤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2019.02.21. myjs@newsis.com
이와 관련해 노씨 측은 "노선영이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제기한 문제들은 김보름이 아닌 빙상연맹과 백철기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 등에 대한 것이었고, 문체부는 감사 등을 통해 노선영의 문제제기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선영이 2018년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문제제기한 주요 내용은 ①빙상연맹이 일부 선수들을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체대에서 별도로 훈련을 시켜 팀 경기에 출전하는 입장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기 어렵다, ② 문제가 된 팀추월 경기 다음날 백철기 당시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끼리 많은 대화를 통해 사전에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기자회견 자리에는 김보름도 함께 있었다고 밝힘), 팀 추월 경기 순번조차 경기 당일 아침에 결정됐다는 것 등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체부 감사에서는 노선영이 제기한 문제들이 모두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이 확인됐고,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밝혀 경기의 책임을 노선영에게 떠넘긴 백철기 당시 감독은 이와 관련해 빙상연맹에서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김씨가 노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노씨의 인터뷰가 민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구성할 정도의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노씨 인터뷰 내용 다수가 ▲선수단 훈련 ▲연맹의 선수단 관리 ▲감독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 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노씨의 언론 인터뷰로 인해 왕따 주행 논란이 촉발됐다거나 김씨를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 왕따 논란이 김씨의 인터뷰 태도 이후 시작된 것 역시 재판부가 판단에 감안했다.

김씨는 왕따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노씨의 폭언·욕설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17년 11~12월 사이 3차례 폭언에 대한 위자료로 노씨가 김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 측은 7년간 폭언·욕설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2020년 11월5일로부터 단기 소멸시효인 3년을 역산한 2017년 11월6일 이전 노씨의 행동에 대한 김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고 봤다.

앞서 김씨와 노씨, 선수 박지우씨는 2018년 2월19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호흡을 맞췄다. 팀추월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준준결승에서 김씨와 박씨는 속도를 냈지만 노씨는 뒤로 밀렸고, 결국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경기 후 김씨는 "잘 타고 있었는데 격차가 벌어져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며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고, 이를 계기로 대중 사이에서 '왕따 주행' 논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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