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질환자에게는 조상의 지혜, 독 될 수도
"과도한 칼륨·인 축적으로 식이관리 필요"
정월대보름에는 찹쌀, 차조, 붉은 팥, 찰수수, 검은콩 등 5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는다. 잡곡밥은 식이섬유를 비롯해 칼륨이나 인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흰쌀밥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장(콩팥)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단백질이나 인, 칼륨 같은 영양소를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해 오곡밥보다 흰쌀밥을 먹는 것이 좋다. 오곡밥과 곁들이는 나물 역시 가급적 싱겁게 간을 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
◆콩팥 기능 저하돼도 증상 없어 주의해야
콩과 팥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콩팥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본인의 주먹 정도 크기로 무게도 개당 300g 정도에 불과하지만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서 소변으로 배출시켜 주는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콩팥 질환은 크게 급성 콩팥 손상과 만성 콩팥병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만성 콩팥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17만 명(17만 576명)에서, 2020년 약 25만 명(25만 9116명)으로 급증했다. 만성 콩팥병은 보통 3개월 이상 콩팥이 지속적으로 손상되거나 콩팥의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나이가 들수록 콩팥은 노화가 시작되며 조금씩 쪼그라들면서 크기도 작아지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딱딱해지면서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콩팥은 대부분 혈관으로 이뤄져 있어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콩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당뇨병으로 혈당이 높아지면 콩팥에 손상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전체 만성 콩팥병의 50% 가량을 차지한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70% 이상 감소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 소변에 거품이 잘 생기는 경우 콩팥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40대 이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가 권장된다.
◆신장 질환자라면 오곡밥보다 흰쌀밥 좋아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저하된 경우 단백질이나 인, 칼륨 같은 영양소를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해 흰쌀밥을 먹는 것이 좋다.
이 과장은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에서 쓰이고 남은 칼륨과 인을 소변을 통해 배출하지 못해 체내에 축적된다”면서 “신장이 안 좋은 경우 칼슘과 인 성분을 조절하는 약제를 처방하거나 단백질이나 나트륨, 칼륨, 인 성분의 영양소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중요시 한다”고 말했다.
칼륨이 많은 시금치, 토마토 같은 채소와 과일은 삶거나 데쳐서 칼륨 성분이 빠져나간 후 먹어야 한다. 잡곡밥이나 곰탕처럼 뼈를 우린 국물, 유제품, 견과류, 카페인 식품에는 인이 많이 함유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백질을 제한하는 식단은 자칫 영양결핍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해 식단을 결정하면 된다.
◆나물 속 염분 주의해야…10명 중 7명 나트륨 과다섭취
만성 콩팥병 환자는 나트륨과 당분을 가급적 적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인과 비슷한 양의 소금을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몸이 부어 콩팥이 더 빨리 나빠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0년 국민 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을 권장량(2300mg) 이하로 섭취하는 비율은 국민의 33.1%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약 7명이 권장량보다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오곡밥과 곁들이는 나물 요리 역시 조리 특성상 소금,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염분이 많이 들어간다. 가급적 싱겁게 간을 하고 적정량의 식초나 고춧가루, 마늘 등으로 맛을 내는 것이 좋다. 나물 요리의 재료가 되는 채소 속 칼륨도 조심해야 한다. 버섯, 호박, 시금치 등보다 상대적으로 칼륨 함량이 적은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칼륨은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요리할 때 잘게 썰어 물에 2시간 정도 담갔다 사용하거나 끓는 물에 데친 후 여러 번 헹궈서 조리하면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