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충청강원 119특수구조단 박성찬·김성환 소방장, 필사 구조
"가슴 졸이는 가족 보며 죄송…빨리 구조해야 한다는 사명감만"
수색 장기화 부담 밤잠 설치고, 26t 콘크리트 낙하 땐 생명 위협
'재난 상황 대비해 국내 실정에 따른 '탐색 전문 교육 강화 필요'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많은 재난 현장을 다녀봤지만 이처럼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습니다. 2차 붕괴 위험이 커 진입조차 어려운 현장이었죠."
광주 119 특수구조단 박성찬(36) 소방장은 13일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천만한 현장이었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을 보며 빨리 구조하겠다는 사명감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악조건을 뚫고 아파트 붕괴 사고로 매몰된 6명을 한 달 안에 수습한 구조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11년 차 특수구조대원인 박 소방장은 지난달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을 마주한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39층 건물의 계단·승강기 중심부와 중앙부 벽체(500㎜)만 남기고 상층부 16개 층이 무너져 내린 현장엔 추가 붕괴 위험이 있었다.
뻥 뚫린 바닥 아래엔 콘크리트 더미·슬래브가 곳곳에 쌓여있었고, 철근은 엿가락처럼 휘어있었다.
박 소방장은 "내가 밟고 있는 땅이 혹여나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실제 지난 2일 서쪽 상층부 외벽 26t 콘크리트가 떨어질 땐 생명의 위협도 느꼈다"고 했다.
박 소방장은 안전 점검 중 2~3m 앞에서 외벽 콘크리트 가루가 다량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대피 안내를 했다.
박 소방장은 "굴착기 작업자들에게 '몸을 피하라'고 크게 소리친 뒤 몇 초 뒤에 콘크리트 더미가 홍수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며 "단 몇 초만 늦었더라도 위험했던 터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상층부 수색이 장기화할 때 부담감에 밤잠을 설치거나 악몽을 꾸기도 했다.
박 소방장은 "수색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현장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꿨다. 자다 깨길 여러 날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구조 대원 투입과 첨단·중장비 활용도 쉽지 않았다.
박 소방장은 "철근 절단기·굴착기 등 중장비 작업 시 발생하는 진동이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잔해가 켜켜이 쌓인 터라 매몰자 영상 카메라를 활용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며 "구조견이 이상 반응을 보인 지점을 중심으로 직접 손과 삽을 이용해 잔해를 들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정에 맞는 재난 탐색 전문 교육 강화도 강조했다.
박 소방장은 "재난 상황을 대비한 대원들의 상시 교육이 필요하다"며 "도시탐색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대원수가 한정돼 있다. 대원 중 관련 전문가도 많지 않아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외국 교재를 번역하는 실정이라, 국내 상황에 맞는 교재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강원 119 특수구조대원 김성환(34) 소방장도 "9년간 토사 매몰·조난·실종·수난 사고 등 여러 재난 현장을 다녔지만 가장 수색 난도가 높은 현장이었다"며 처참한 현장을 떠올렸다.
인명 구조견 소백(리트리버·9년)의 핸들러인 김 소방장은 매몰자의 위치를 찾아 수색 반경을 좁히는 역할을 맡았다.
김 소방장은 투입 첫날 지하 1층에서 첫 번째 매몰자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두 번째 매몰자 발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중압감과 미안함이 컸다고 토로했다.
김 소방장은 "천막에서 매몰자 수습을 기다리는 가족을 볼 때면 위치라도 알려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며 "현장 제약이 많아 늘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은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가 뒤엉켜 제대로 발을 디딜 수 없는 현장이더라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한 발자국이라도 발을 더 옮겨야 했다. 상층부 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소형 굴착기가 동원되면서 수색이 활력을 띄었다.
소백이가 짖거나 킁킁대는 반응을 보이면, 김 소방장이 곧바로 냄새가 외부에서 흘러들어 온 것인지 내부에서 나는 것인지 공중에 파우더를 흩날려 확인했다.
그러다 27층 2호 라인 안방과 거실 사이에서 소백이가 이상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매몰자 발견 12일 만이었다.
김 소방장은 "이상 반응을 보였을 때 '제발 계시길'하는 마음뿐이었다"며 "석고 보드에 4m 구멍을 뚫어 내부로 진입하자, 콘크리트 1m 안쪽에서 매몰자 작업복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은 "더 빨리 구조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번 현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열심히 훈련해 인명 구조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망자 6명은 사고 직후 붕괴 잔해에 깔렸다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8일 사이 차례로 수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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