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尹 '적폐 수사' 발언 작심 비판…사과 요구해
검찰개혁 미완 책임 尹 불만…정치중립 원칙 깨고 발언
'역린' 건드린 尹…文 "적폐 있어도 못 본척 했다는거냐"
국힘 "명백한 선거개입"…尹 "문 대통령과 생각 똑같다"
與 "윤석열 사퇴" 靑 "尹 적폐, 구태"…전면전 확대 양상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에 대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대해 직접 분노를 표출한 것은 지난 2018년 1월18일 이후 4년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한 것과 관련,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을 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한 바 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 윤 후보의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윤 후보는 해당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누차 강조하곤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경선 레이스 시기부터 참모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스스로도 관련 발언을 삼갔다. 청와대 차원에서 간혹 야권 후보의 발언을 대응했지만 수위는 조절됐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가 야권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윤 후보를 검찰총장로 임명할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개의치 말고 엄정하게 비리를 척결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도리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현 정권을 적폐로 돌린 '자기 부정적' 태도를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고 물은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할 수 있다.
윤 후보가 전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그러는데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문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이에 대해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운명적 동지'라고 밝힐 만큼 각별한 사이였던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비판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같은 분노에 한몫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개된 AP·교도·타스·신화·로이터·EFE·AFP통신, 연합뉴스 등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국내·외 8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면서 특히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윤 후보를 겨냥하는 듯 발언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선거개입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불법이 드러나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 의견을 피력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 시도"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신 자신의 발언이 여권의 주장처럼 정치 보복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 같은 원론적 입장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강성 친문 지지층의 결집이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적폐 청산 수사' 발언 논란에 여당에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전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규탄문을 통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치보복을 선언하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윤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대응 강도를 높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사실 모든 행정력의 80~90%를 여기에다 지금 쏟아 붓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대통령을 흔들고 선거판에 불러내서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대단히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게 일종의 정치 적폐고, 구태"라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선거 전략상으로 보면 그분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선거 전략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면 굉장히 저는 저열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에 (윤 후보의) 소신이라고 그러면 저는 굉장히 위험하다,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비판에 대해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않을 노력은 야당도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구체적으로 주문했지 않았느냐. 거기에 대해서 답변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지, 구차하게 자꾸 선거 개입이다 이런 논리로 회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