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양자·4자" 국힘 "양자" 정의·국당 '4자'…설 대선토론 신경전(종합)

기사등록 2022/01/27 17:28:27

국민의힘, 생중계 없는 양자토론 민주당에 제안

민주당 "4자토론 먼저"…정의·국민의당도 반발

4자 토론 무산 분위기에 與 "양자·4자토론 수용"

국민의힘, 민주당 역제안 놓고 적잖게 고심할 듯

[그래픽]
[서울=뉴시스] 박준호 한주홍 양소리 기자 = 설 연휴 대선후보 TV토론을 앞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방송사 중계 없는 양자 토론을 31일 열자고 제안하자,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정의당이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비겁하게 4자 토론의 커튼 뒤에 숨지 않길 바란다"며 민주당에 양자토론을 압박하는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를 우려한 법원 결정을 들어 양자토론보다 4자 토론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자토론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다른 3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하더라도 다자토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만큼 설 연휴 직전 타협점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였지만, 민주당이 31일 양자토론을 수용하는 동시에 4자토론에도 참석하라고 국민의힘에 역제안했다. 설 연휴 4자 토론이 사실상 무산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양자·4자토론을 모두 하자며 국민의힘에 다시 공을 넘긴 것이다.

국민의힘 TV토론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국회 회의관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서 양자토론을 개최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방송3사는 여야 4당 후보에 오는 31일이나 내달 3일 4자 TV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은 참석 의사를 밝히며 가급적 빠른 이달 31일 토론을 희망했다.

성 의원은 "법원 가처분결정 취지는 방송사 초청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간 합의에 의한 토론회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민주당이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방송사 3사의 공동중계가 아니고 양자토론하면 문제가 없지 않나"라고 공을 민주당에 넘겼다.

성 의원은 4자 토론의 경우 한 후보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안팎이라며 "국민이 묻고 싶은, 듣고 싶은 것에 대한 충분한 시간 배정이 어렵다"고 했다.

이같은 양자토론 제안에 민주당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지 말고, 성사를 목전에 둔 4자 토론에 먼저 참여해달라는 것이다. 가장 빠른 시일인 31일에 4자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도 요구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다자 토론도 괜찮다고 했다가 갑자기 오늘 양자 토론을 새롭게 주장하고 나섰다"며 "이건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4자 토론의 회피 수단으로 양자 토론을 사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이 오는 31일 대선후보 4자 토론회가 아닌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양자 토론회로 역제안하자,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은 선례와 법원의 결정에도 따르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라며 "링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싸우고 싶다면 혼자 원맨쇼 하라"고 반발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굿힘'이라는 말까지 도는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무속인한테 양자토론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한테 유리하다는 점괘라도 받은 것이냐. 사람이 많아서 정책 논의가 힘드시면 후보님 혼자 1인 방송하시면서 정책 홍보하시길 바란다"고 비꼬으면서 국민의힘의 '토론 패싱'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군소정당의 반발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은 4자토론에 대해서도 추후 날짜를 재협의해서 추진하자며 문을 열어놨다.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다자토론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방송사초청 4자토론은 선관위가 주최하는 3회 법정토론회의 횟수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필요하다면 향후 4당이 만나 의제와 시간, 사회자 등을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요청하면 저희가 늘 협의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새로운 물결 정당의 김동연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SNS를 통해 1대1 맞수토론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대해 "협상단에서 한번 검토해보겠다"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요구할 경우 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그건 검토해본적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전날까지만해도 다자토론에 우호적이었던 분위기와 달리 하루 만에 기류가 양자토론으로 급선회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윤석열 후보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자칫 4자 토론이 3대1 구도로 짜여질 경우 수세에 몰릴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로부터 공격을 당해 실점할 경우 설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만약 윤 후보가 양자토론을 명분으로 내세워 4자토론에 불참한다면, 윤 후보를 제외한 3자토론이 성사되더라도 이재명 대 안철수·심상정 후보의 구도로 토론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 대신 이 후보가 다른 경쟁후보들로부터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토론 불참으로 공약을 홍보할 기회를 잃는 윤 후보보다 역설적으로 이 후보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는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황상무 언론전략기획단장은 "지금 상태에서 4자 토론을 하고 지나가면 사실상 양자 토론을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질적으로 민주당의 변명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후에 추가로 입장문을 내 "이재명 후보는 방송3사 초청 4자 토론회에 참석하고, 윤 후보측이 제안한 양자토론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윤후보가 31일 양자토론을 원한다니, 이재명 후보는 31일 양자토론 수용한다"며 "이재명후보는 윤 후보와 양자토론도 진행하고, 4자토론도 참석 할 것이다. 이제 윤 후보가 31일에 진행될 4자 토론에 참석할 여부만 밝히시면 된다"고 역제안했다.

민주당의 역제안에 국민의힘은 당장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양자토론을 받았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양자토론을 수용하기로 한 만큼 4자토론을 거부할 또 다른 명분을 들고 나오기가 쉽지 않아졌다. 만약 민주당의 역제안을 수용할 경우, 윤 후보는 31일 하루 동안 양자 토론과 4자토론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무리한 스케줄이 윤 후보 뿐만 아니라 이 후보에게도 부담스러운 만큼 양당이 양자토론 일정을 재협의하거나 4자토론을 2월3일에 치르는 방안 등을 놓고 국민의힘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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