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따른 참사, 안전진단 불법 살펴야"
"구조·지지물 동시에 뽑혀 외벽 붕괴 추정"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재개발 구역 고층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발생한 외벽 붕괴 사고는 부실시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아래층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위층에 타설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무너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11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외벽 붕괴 사고 원인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타설"로 추정했다.
송 교수는 "아파트 3개 층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공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3개 층 중 아래 2개 층의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강도를 충분히 확보한 뒤 맨 위층에 타설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파가 잦은 겨울에는 강도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하지만, (아래 2개 층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히는 작업을 하지 않고 위층에 많은 양을 타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법은 주로 수작업인 점, 레미콘 운용 마감 1시간 14분 전 사고가 발생한 점, 외벽이 아래로 연이어 뜯긴 점, 타설 적정량 등을 고려하면 속도전에 따른 참사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 신축 때에는 건설산업기본법·산업안전보건법상 재해 방지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정하고 있다. 시공사가 적법하게 안전 진단이나 구조 감리를 했는지, 불법 재하도급이 있었는지 등을 두루 조사해 밝히고 안전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 안전기술·지도사)도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겨울철 영하의 온도에서 공사를 진행했을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 상황에 무리한 공사로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최 교수는 "고층 아파트에서의 작업은 강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콘크리트 벽과 타워크레인 지지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한 거푸집 등이 풍압과 타설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에서 동시에 뽑히면서 외벽 일부가 무너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확한 원인은 당국의 조사를 거쳐 추후 밝혀지겠지만, 미양생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강한 바람과 하중, 양압력(물체가 밑에서 위로 올려 미는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구조·지지물이 떨어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도 "콘크리트 양생이 덜 된 상황에서 또 타설 작업을 해 무너진 것 같다"고 전했다. 양성이란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히 수분을 유지하도록 습기를 조절하고 충격 따위로 파손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관리하는 일을 뜻한다.
이밖에 현장에서는 ▲슬라브 철근 부실 ▲철근 정착 불량 ▲콘크리트 굳음 방지 위한 열풍기 사용 등의 가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46분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타설 작업 중 201동(완공 시 39층 규모)의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구조된 3명 중 1명이 잔해에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타설 작업에 애초 배치키로 한 노동자 6명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아 추가 인명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위험을 고려해 수색·구조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안정성을 확보한 뒤 수색·구조에 나선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추후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방침이다.
한편 이 아파트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재개발 구역 내 붕괴 사고는 이번이 2번째다. 지난해 6월 9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이 무너져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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