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다고 부모님께 인사 드린다 했는데" 순직 소방관들 빈소 침통(종합2보)

기사등록 2022/01/07 00:01:33 최종수정 2022/01/07 17:31:45

순직 소방관 3명 송탄소방 119구조대 소속 같은 팀 근무

소방 입용된 지 27년차 베테랑 소방관 이형석 소방경 빈소...유족들 울음

'첫 근무지' 발령 조우찬 소방교, '예비신랑' 박수동 소방장 안타깝게 숨져

김부겸 국무총리·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등 정부·정계 인사들 조문

8일 오전 10시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서 경기도청장으로 영결식 거행

[평택=뉴시스] 박종대 이병희 기자 = "건너가야 하는 다리가 안전한 다리인지 알 수가 없지만 가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고, 그러다 사고가 나는 거죠."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청북면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빈소가 마련된 평택제일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한 소방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방관들은 100번이고, 1000번이고 위험하더라도 현장에 들어간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유족들은 '왜 하필 내 가족일까', '왜 오늘일까'하며 슬퍼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이 장례식장 3층에는 송탄서방서 119구조대 3팀 소속 이형석(50) 소방경,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의 빈소가 마련됐다.

텅 비었던 제단에는 국화꽃이 하나둘 채워졌고, 순직한 소방관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3층 특실 이형석 소방경의 활짝 웃는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비틀거리며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해 동료 대원들이 유족들을 부축했다.

한 중년 남성은 빈소에 도착하자마자 "앞으로 어떻게 사냐. 나도 같이 가겠다"며 흐느끼다 안으로 들어갔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평택시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고 이형석 소방경의 빈소가 6일 오후 평택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2022.01.06. jtk@newsis.com

이형석 소방경의 빈소에서는 "아이고 내 새끼 불쌍해서 어쩌나"하는 어머니의 애끓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상복을 입은 유족이 잠시 밖으로 나왔다 쓰러지듯 주저앉았고, 지인들이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

송탄소방서에 배치된 지 7개월여 된 새내기 소방관인 조우찬 소방교의 빈소에는 고인의 친구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군복을 입고 달려온 지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건 늠름한 모습의 조 소방교의 사진뿐이었다.

충혈된 눈으로 서 있던 조우찬 소방교의 가족은 "가족들에게 너무 힘든 일이 생겼다. 경황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며 울먹였다.

소방관들은 떠나는 동료를 지키듯 빈소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조용한 장례식장에 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빈소 밖에 서 있는 동료들도 훌쩍이는 모습을 보였다.

소방대원들은 먼저 세상을 뜬 동료를 생각하며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한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2.01.06.jtk@newsis.com

이형석 소방경과 함께 근무했다는 한 소방관은 "늘 쉬지 않고 움직이고, 동료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비통하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비신랑이던 박수동 소방장의 사연은 동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한 소방관은 "조만간 결혼한다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소방관은 "현장에 투입됐던 다른 소방대원들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 했다.

이날 순직한 소방관 3명은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 소속으로, 이 중 조 소방교는 송탄소방서에 배치된 지 7개월여 된 새내기 소방관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방호 업무를 맡고 있는 박 소방장은 한 달 후인 2월 말께 소방공무원 임용 6년째 접어든 대원이었다. 이번 화재로 20·30대 젊은 나이의 소방관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형석 소방경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01.06. jtk@newsis.com

이 소방경은 3팀 팀장을 맡아 팀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소방에 입문한 지 27년여째로 평소 동료들에게 존경받던 대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10시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된다.

빈소 앞에는 근조화환이 늘어서고,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7시20분께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했다. 김 총리는 "그대의 고귀한 희생, 우리 잊지 않겠습니다. 영면하소서"라고 짧게 방명록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박정 경기도당 위원장, 홍기원 의원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오후 9시 50분께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조문했다. 윤 후보는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잘 파악해서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기 전 이흥교 소방청장을 향해 "같은 사고 반복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다른 언급 없이 윤 후보의 뒤를 따랐다. 그는 윤 후보를 배웅한 뒤 주차돼 있던 자신의 차량을 직접 운전해 떠났다.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형석 소방경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01.06. jtk@newsis.com

한편 전날 오후 11시 46분께 평택시 청북면 고렴리 1137 일원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커지자 14분 만인 6일 0시께 관할 소방서 장비와 인원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 불은 이날 오전 6시 32분께 큰 불길이 잡히면서 진화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연소가 확대되면서 소방당국은 2시간 40여 분 뒤인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소방관 5명이 연락 두절됐다. 소방당국은 대원수색팀(RIT)을 투입했다. 이 중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미처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한 소방관 3명은 건물 지상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는 이날 오후 3시 57분께 큰 불길이 재차 잡히면서 대응 2단계가 해제됐고, 화재 발생 19시간여 만인 오후 7시 19분께 모두 꺼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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