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오차범위 밖으로 이재명에 밀리는 여론조사 나와
"지지율 하락 원인은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불 빨리 꺼야"
울산합의 후 갈등…윤석열 '이준석 패싱', 이준석 '개인플레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데다 선대위가 내홍에 휩싸여 있어서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 파장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지만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갈등도 한 몫을 했다. 두 사람의 리더십 문제가 서로 반목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를 설득하고 이 대표도 비판만 할게 아니라 대선 승리를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를 신속히 재정비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오차범위 밖으로 이재명에 밀려
차기 대통령 선거 지지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3.1%p) 밖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잇따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26~27일 이틀간 실시한 차기 대선 지지도 조사 결과 이 후보 37.4%, 윤 후보 29.3%로 집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앞서 이날 오전 공개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다.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25~27일 실시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42.4%, 34.9%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정권교체론이 50% 이상 웃돌고 있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윤 후보의 경쟁력이 정권교체 여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본인의 말실수와 부인과 장모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윤 후보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불신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후보 교체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70.4%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같은 질문에 35.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
◆지지율 주 하락 원인은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 꼽혀
국민의힘 선대위 내부에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2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진퇴양난, 사면초가"라며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 원인으로 보인다. 이 불을 빨리 끄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자신의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해 지난 26일 직접 사과했지만, 지지율 반등은 커녕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 후보가 다양한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지율 반등에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윤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에 대해 "지금 보면 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비슷한 상황으로 온 것"이라며 "이제부터 우리가 그동안 방관자적인 사람들을 지지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아직 있다는 의미다.
당 안팎에서 지지율 하락의 가장 주요한 이유로 윤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간 갈등을 꼽는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공보단장이었던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 등 문제를 들며 선대위 직책에서 자진사퇴했다.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대위의 문제점과 윤핵관에 대한 비판을 강도 높게 이어갔다.
지켜보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 대표에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빗대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고 지적하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울산합의 후에도…윤석열 '이준석 패싱', 이준석 '개인플레이'
상황이 이런데도 후보와 대표 모두 팽팽한 기싸움을 지속하자, 두 사람에게 '자기 정치에 몰두한다, 대선을 앞두고 절박감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11월말 선대위 인재 영입과 운영방향으로 인한 윤 후보와의 갈등으로, 잠행시위를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울산에 찾아온 윤 후보를 직접 극적 합의를 보고 서울로 복귀했다. 당시 김기현 원내대표가 다리를 놓는 등 주변의 힘이 컸다.
당시 울산합의 내용은 ▲2030을 위한 정책 행보 ▲후보-당 대표-원내대표의 직접 소통 강화 ▲당무우선권 관련 후보와 대표의 의사 존중 등이었다.
이 대표는 선대위 회의에서 당시 공보단장을 맡고 있던 조수진 최고위원이 항명했을 때 윤 후보가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 그게 민주주의 아닙니까"라고 하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연일 언론에 선대위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는 여론에 당내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목소리만 높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후보에게 협조하거나 차라리 침묵하기보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선대위를 비판하는 모양새가 보수층에 좋게 보일 리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보이콧하는 방식이 당대표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 후보의 정치력이 아주 부족한 것과 별개로 계속 이 대표가 나갔다 들어갔다 하면 리더십이 문제가 아니라 부정적 이미지가 딱지로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선대위 지적도 좋지만 일정 부분 침묵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며 "계속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은 당대표로서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가면 본인의 령이 더 안 선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 역시 소통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정치신인이면서도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를 존중하지 않는 '이준석 패싱'이 여러 차례 불거지는데도 고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의 지지가 높은 이 대표와의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지 않는 이른바 '꼰대' 이미지가 강해지고 이런 모습이 지지율 하락과 이어지는데도 개념치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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