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4주만에 수도권 학교 원격수업 병행
과밀학교는 원격 불가피…일부는 등교 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학부모들도 이해"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듣기 문제 하나 더 갈게요. 시계 문제인데, 선생님이 문장을 들려 줄 거거든요. 문장을 들으면서 메시지를 갖고 2가지 답을 구하는 겁니다. 모르겠다 싶으면 1번 화면으로 가시면 됩니다. 해결했다 싶으면 채팅창을 보세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중학교 2학년7반 교실은 인적 없이 불이 꺼져 있었다. 수학 수업을 맡은 장홍월 수석교사는 사무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2년차, 교사와 학생들 모두 익숙한 듯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풀고 질문을 주고 받았다.
다른 층은 일상을 시작한 학교의 모습이 엿보였다. 1학년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운동장엔.체육 수업으로 뛰노는 3학년 학생들이 보였다. 그러나 일상이 다시 중단된 2학년 교실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만 울릴 뿐 인적 없이 잠잠했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학교의 전면 등교가 이날부터 중단됐다. 지난달 22일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 4주 만이다. 오는 31일 방학을 앞둔 장위중 2학년 학생들은 이번 주 학교에 오지 못한다. 학교 방침에 따라 다음 주에는 3학년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한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중·고교는 교내 밀집도를 3분의 2까지 줄여야 해서다. 초등학교는 6개 학년 중 5개 학년까지 나올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관내 초등학교 3~6학년 중 절반만 등교하도록 지침을 시행했다.
전교생이 668명인 장위중은 학급당 학생 수가 27~28명 수준인 준 과밀 학교다. 소규모 학교는 서울 지역이라도 학사 일정을 고려해 전면 등교를 할 수 있지만, 과대·과밀 학교는 밀집도 관리가 불가피한 상태다.
장위중 2학년 학생 240여명은 등교를 3주 밖에 하지 못했다. 일상 회복 이후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며 이 학교에서도 지난 2일 확진자가 나왔다. 6~10일 원격수업을 하고, 그 다음 주인 13~15일 기말고사를 치른 뒤 다시 원격수업에 들어간 셈이다.
이 학교 교직원들은 언제라도 원격수업이 반복되는 '퐁당퐁당' 학사 일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뒀다는 입장이다.
유정근 장위중 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됐던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수업 상황에 대해 언제든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3개 학년 부장교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원격수업 학년을 정했다. 시일이 촉박했지만 학부모들에게도 빠르게 연락해 적극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급식"이라며 "학부모들도 등교 수업이 늘어나길 바라지만, 안전이 어떤 면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했던 지난해 발생했던 영상 끊김 문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서 생기는 교육격차 문제도 보완책을 마련한 모습이었다.
장위중은 교내 원격수업 만족도 조사 한 결과, 5점 만점에 학생과 교사 각각 4점과 4.7점이 나왔다. 원격수업 초반에는 영상이 끊기는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겪기도 했으나 지금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에 나올 때보다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보였다. 이날도 원격수업 도중 자신의 얼굴이 아닌 책상을 비춰 놓은 학생들이 있어 교사가 자리에 있는지 일일이 물어보기도 했다.
등교 수업 중 자가격리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원격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도 여전히 학습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교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대면 수업을 영상으로 촬영해 줌으로 올리고 진행했으나 쉽지 않았다"며 "교사 부담을 줄이며 한두명의 학생들도 놓치지 않는 방안을 내년에 보완하겠지만 올해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학교 현장에선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만큼, 교육 당국이 현재와 같은 지원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 교장은 "온라인 수업을 하려면 교사의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을 챙겨주는 협력 강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교육청에서 이번에 지원해 준 협력강사를 내년에도 꼭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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