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체제 경쟁 실익 無…실용적 남북 관계 구축"
"한미동맹 공고 발전·한중 전략적 협력 외교 근간"
"식민지배 반성·사죄 기조 지키면 한일관계 발전"
이재용 문제에는 美엔론 빗대 "엄정한 제재" 강조
[서울=뉴시스] 이재우 정진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북핵 문제, 한미동맹, 한일 관계, 미중 갈등 등 외교 현안에 대해 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대화 기조를 기반으로 이념과 체제 경쟁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과 민생에 기여하는 실용적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의 주도성을 높이겠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중재자, 그리고 해결사로 역할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건부 제재 완화, 단계적 동시 행동이라는 해법을 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대북정책, 남북관계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이념과 체제의 경쟁은 의미도 실익도 없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경제 발전, 남북 주민의 민생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관계를 만들어가겠다. 남북 합의 일방적 위반과 파기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한미동맹을 가장 중요한 관계로 꼽으면서 고도화를 언급했다. 주요 2개국(G2)로 떠오른 중국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협력 관계 증진을 약속했다. 일본과는 대일 강경 태도를 한 측면만 본 오해라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제안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고도화, 미래 지향적 한중관계도 튼튼하게 하겠다"며 "한미동맹의 공고한 발전, 한중의 전략적 협력 관계 증진은 대한민국의 국익 중심 외교, 실용 외교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한반도에서 중요한 외교 상대는 여러 군데가 있다"며 "제일 우리와 관련성이 높은 곳이 미국일 수밖에 없겠고 최근에는 중국과 경제교류협력이 확대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물론 일본도 당연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관계가 경쟁 국면이 격화되면서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과 안보동맹도 무시할 수 없고 한미간 (관계를) 심화시켜나가야 할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그렇다고 해서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현실적으로 현재 교류가 커지고 있는 중국과 관계 역시도 우리가 백안시하거나 경시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에 우리가 휘둘릴 것이 아니라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 아니라 국익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외교의 방향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일본을 향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가 1997년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준수를 촉구했다.
오부치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의 사죄'를 했고 한일 외교 사상 처음으로 공식 합의 문서에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명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래 지향적 관계를 언급했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단행했다.
이 후보는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신장된 위상과 국격에 부합하도록 한일관계를 재정립하고 실용 접근을 통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일관계 발전의 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천명한 '과거를 즉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부치 총리가 밝힌 식민지배 반성과 사죄 기조를 지키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질문에 "내가 강경 발언을 한다든지, 대일(日) 강경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한 측면을 본 오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는 일본 국민들을 사랑하고 또 그분들의 검소함과 또 성실함, 예의바름에 대해서 존중한다"며 "내가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정감을 느낄 만큼 나는 일본 국민과 일본 국가 자체에 대해서 존중하고 또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세사회에서 일본이 한국을 침공해서 오랜 기간 동안 한국 민중에 대해 가해행위를 한 역사가 있다"면서 일제 강점기를 거론한 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처럼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서는 잘못은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한일간 현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압류 문제에는 헌법상 3법 분립 규정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개입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해기업과 피해 민간인 사이에 이뤄진 판결을 집행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피해자의 주된 입장은 돈을 받는다는 것은 다음 문제이고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라며 "서로 객관적 상황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진지하게 사과하면 마지막 남은 배상 문제는 충분히 현실적인 방안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가 표방하는 '실용외교'가 대일관계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인 정치세력들이 해결해야 하는 과거사, 독도 등 영토 문제와 사회·경제 교류 문제는 분리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간다,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엔론 사태를 언급하면서 "기업의 화이트컬러 범죄는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행위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가 가해져야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그런 일이 생기면 엄정히 책임 묻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 석방 결정을 했을까 아닐까는 과거 가정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판단을 안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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