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의 인공관절 전문가....첫 공장 건립
"미국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 개척할 것"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이제 100세 시대, 아니 120세 시대입니다. 인공관절은 전 국민,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될 겁니다"
박종진 루트락 대표가 인공관절 공장을 건립하기까지 무려 30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학 졸업 후 제약사에 근무하면서 일찍이 인공관절의 잠재력을 알아챘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직장을 옮겨야 했고 또 다른 일들이 그의 앞길을 막았다. 제약업계 영업직은 내성적인 그에게 험하고 험하기만 했다. 하지만 인공관절이란 한가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지난 2015년 루트락이란 인공관절 회사를 세웠고, 또 6년이 지난 2021년 드디어 첫 공장을 건립한다.
박종진 루트락 대표이사는 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천안공장 준공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력과 자체 생산기반을 토대로 '퀀텀점프'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루트락은 인공관절 임플란트 개발과 제조·판매하고 있는 코넥스 상장사다. 천안공장을 세운 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인공관절 제품의 자체 생산을 위함이다. 루트락은 이번 천안공장 준공을 계기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본격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계사를 통한 미국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30년 인공관절 한 우물만 판 전문경영인
루트락의 경영을 맡고 있는 박종진 대표이사는 30년간 인공관절 관련 업무를 종사한 베테랑이다.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나 대웅제약을 시작으로 제약업계에 첫발을 내딛었고, 이후 인공관절로 유명한 미국기업 스트라이커의 영업을 담당하면서 인공관절 경력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제약회사 관리업무 쪽으로 지원해 인사과에 있었다. 당시 업무가 안정적이긴 했으나 답답했고 조금이라도 더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을 찾아 영업쪽에 자원했다"며 "대학생활 당시 외향적이지 못했는데 이런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회사 영업쪽은 변동이 심해서 그만큼 힘들다. 영업 3D로 제약, 자동차, 보험이라는 말이 있었다"며 "그 말을 뒤집으면 견디면 비전과 메리트가 있었던 시기였다. 그때 쌓았던 것들이 루트락 창업할 때 자산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동아제약으로 이동한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다. IMF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미국 스트라이커 인공관절 제품 수입의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결국 스트라이커 제품의 총판이 동아제약으로 넘어가고, 동아제약의 스카웃 제안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박종진 대표는 "원달러 환율이 800원에서 2000원까지 치솟았고, 대웅제약이 스트라이커 측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산됐다"며 "동시에 동아제약이 정형외과 의료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했고, 대웅과 스트라이커의 관계가 삐걱거린다는 소문을 듣고 대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대웅제약의 스트라이커 라인 헤드였고, 스카웃 제안이 있었다"며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동아제약으로 넘어가 셋팅을 하고 시장성장에 주력해왔다. 10년 간 약 5배를 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루트락 창업도 영업에서 이어졌다. 엘앤케이바이오의 창업주인 강국진 회장을 영업필드에서 만났고 인연이 된 것이다.
박 대표는 "강 회장과는 이전부터 영업필드에서 만나 서로 알고 지냈었다"면서 "강 회장이 척추분야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이제는 관절·무릎분야를 다시 하고 싶은데 상장 노하우, 재무를 서포팅 해주겠다고 해 함께 의기투합해 루트락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국내 인공관절 수준 높아, 글로벌 시장 개척할 것"
루트락은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인공관절 제품인 센트락(CentLoc)을 개발해 국내 벤처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FDA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그간 자체 생산 공장이 없어 외주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왔다. 이를 타진하기 위해 루트락은 천안공장을 준공했다. 준공식은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다.
박 대표는 "MCT 가공에서 폴리싱 및 멸균·포장 공정에 이르기까지 인공관절 전 공정과 항균 골시멘트 생산시설 등 자체 생산체계를 갖춘 천안공장 준공으로 향후 국내시장은 물론 미국시장 등 수출 물량을 증가에 발맞춰 생산량을 확대할 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력과 자체 생산기반을 토대로 '퀀텀점프'를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이어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줬다"며 "천안공장은 루트락의 핵심 경쟁력이자 국내인공관절 생산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트락은 인공슬관절(무릎관절) 분야에서 FDA승인을 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인공고관절(엉덩이관절) 제품도 미 FDA승인 신청을 진행 중이다. 또 항균성 골시멘트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항균성 골시멘트는 인공고관절 수술시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수술 휴유증을 차단하기 위한 제품으로 올 연말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박종진 대표는 "정형외과 수술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과 위험성"이라며 "루트락은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개발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항균성 골시멘트' 개발에 성공해 획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베스트 프랙티스(우수모범사례)'를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내 인공관절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0년간 미국 스트라이커 제품 총판과 영업을 해왔던 그가 창업을 한 것은 국내 인공관절 제품의 시장 진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국내 정형외과 의사들 수준은 세계 최고이나 그전까진 수요가 많지 않았고, 또 베타적인 부분이 있어 국산화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의사들 대부분에 물어보면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척추부문이 먼저 국산화 됐고, 국산제품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코렌텍이 먼저 국산화를 했는데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루트락은 체내 삽입용 의료기기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FDA승인을 받는 기술력을 확보해 주목받았고, 국내시장에서 수입품 대체·해외시장을 개척, 한국의 의료수준을 국내외에 증명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인공관절 국산화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대한민국 글로벌크라운대상' 국제부문 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루트락은 이번 천안공장 준공을 계기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본격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관계사인 엘앤케이바이오메드를 통해 의료기기의 본 고장인 미국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미국시장 진출이 성사되면 이를 발판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태평양(Asia-Pacific)시장에도 계속해서 도전할 계획"이라며 "제품 개발에 참여한 현지 전문의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 진입이 성사되면 올해 50 원 규모로 예상되는 회사의 매출이 내년에는 150억원, 오는 2024년에는 300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다양한 체형에 적합한 의료기기 생산을 통해 관절통증으로 고통 받는 전 세계 환자들의 관절기능을 복원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는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이 백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왔으나 단지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이 중요하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중요하다"며 "인공관절 국산화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주어진 사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루트락 대표 주요 약력
▲충남 홍성 출생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졸업 ▲대웅제약 근무(1987년~1997년) ▲동아제약 근무(1997년~2007년) ▲스트라이커 한국대리점 총판(2008년~2015년) ▲루트락 대표이사(2015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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