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피맛골 뒤편 인사동 79번지에서 발견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과 금속유물 모두 일반에 공개된다. 세종 때 제작된 천문시계와 총통류 8점, 동종 1점 등 금속유물은 무더기 출토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3일부터 12월31일까지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Ⅱ 선보인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믈관장은 2일 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전시에 대해 "그동안 출토 유뮬에 대한 맣은 관심으로 인해 조각까지 유물 전체를 공개했다"며 "누구나 관련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오경택 수도문물연구원장은 전시 의미에 대해 "이 자리는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의 시작이자 지난 10여 년간 조선 수도인 한양도성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온 결실을 보여드리는 자리"라며 "이번 특별전에 출토된 금속유물은 전 세계적으로 동 시기에 가장 앞선 과학기술을 담고 있어 크게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작게는 10여 년에 걸친 서울 발굴조사가 결실을 맺는 우리 고고학계 전체의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사동에서 발굴한 유물 1755점 모두 선보인다. 발굴 당시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돼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된 점,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금속활자가 모두 출토된 점이 최초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일시적,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시는 1부 '인사동 발굴로 드러난 조선 전기 금속활자', 2부 '일성정시의와 조선 전기 천문학'으로 구성됐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 구성에 대해 "두 가지 면에 주안점을 뒀다"며 "첫째는 발굴조사에 의한 출토 유물이란 점을 강조해 전시 시작과 마지막은 발굴터 모습 현장의 소리, 발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다양한 감각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다양한 크기 작은 금속 활자 유을을 최대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보조장치를 마련했다. 일성정시의 부속품을 알 수 있도록 영상과 그래픽으로 이를 설명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먼저 1부에서는 깨진 도기항아리가 등장한다. 전시장에서 바닥에 놓여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상백 연구사는 "깨진 항아리지만 아주 소중한 항아리"라며 "출토된 금속활자 1600여점이 모두 이 항아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밑으로 전시한 이유는 위에서 한번 내려다 보면서 발굴장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바닥에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릇을 지나면 제작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활자 1300여 점이 전시됐다. 맞은편에는 주조 시기가 밝혀진 갑인자와 을해자, 을유자 활자 304점이 선보인다. 주조시기를 알 수 있는 활자는 갑인자(1434년) 48점, 을해자(1455년) 42점, 을유자(1465년) 214점이다.
활자 중 '火'(화)·'陰'(음) 두 글자는 갑인자로 찍은 '근사록'(1435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두 글자를 포함해 형태와 모양이 같은 활자 48점을 골라 책자와 함께 전시했다. 이 연구사는 "근사록이 완질로 구성된 책은 고궁박물관에 소장된 '근사록'이 유일하다"며 "이 책에는 갑안자를 만들게 된 배경이 수록되어 있어서 현재 유뮬로 지정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 '음' 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을해자와 을유자로 확인된 활자는 각각 '능엄경'(1461년)과 '원각경'(1465년)에 찍힌 글자를 확인했다. 해당 활자들은 을해자와 을유자임을 보여준다.
전시된 금속활자를 관람객이 잘 볼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컴퓨터를 비치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활자를 앞뒤 모양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금속활자들이 세워진 유리관에 전시됐다.
2부에서는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을 소개한다,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일성정시의'다. 1437년 국왕의 명으로 처음 제작된 주야겸용 시계로 중국에서 전래된 혼천의와 간의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크기를 소형화한 시계다.
낮에는 해 그림자로, 밤에는 별을 관측해 시간을 측정하던 기구인 이 유물은 그동안 기록으로만 확인되다가 처음 실물로 출토됐다. 비록 고리 3개 중 한 개는 일부만 출토됐지만 전체 모습은 알 수 있다.
이 연구사는 "이 유물의 복원품을 보면 끝에 손잡이가 사각형으로만 되어 있다, 그 이유는 구름 모양이라는 것을 이전에 아무도 몰랐다"며 "이번 출토를 통헤 실제로 손잡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도록 박물관 소장품 '소일영'을 전시했다. 해시계인 소일영은 눈금표가 새겨진 둥근 고리와 받침대, 석제 받침대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사는 "이 유물들을 조사하면서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부분은 받침대에 새겨진 시와 석제 받침대에 새겨진 시를 확인해보니 이 시들 모두 영조가 직접 지은 시로 확인되면서 이 유물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직사각형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린 자동 물시계 부속품인 '일전(一箭)'을 볼 수 있다. 자동 물시계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인형이 있다. '일전'은 바로 그 인형을 작동시키는 구슬을 방출하는 부품이다.
이 학예사는 "일전부터 11전까지 동판이 있었다"며 "절기에 따라서 그 동판은 각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전은 동지섣달이 있는 그 시기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다"고 덧붙였다.
이 일전이 자동물시계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를 담은 영상도 공개된다.
공개유물 중 제작 연대가 확실한 승자총통(1583년) 1점과 소승자총통(1588년) 7점도 볼 수 있다. 이 총통에는 제작한 장인 이름, 제작 연도, 총통 무게와 화약량이 기록됐다. 제작 연도가 적힌 동종 파편, 정륭원보, 조선통보 등 금속화폐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인사동 발굴 현장의 하루와 발굴 참여자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도 공개된다.
음악가 박다울 씨가 이번 전시를 위해 출토 유물과 유적의 의미를 담은 곡을 작곡해 공개한다. 11월 둘째 주 이 영상은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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