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본격 시행
식당·주점 등 기대…"2배 더 늘어날 것"
퇴근 시간 지나자 식당·주점 '북적북적'
오후 10시 넘도록 단체 술자리 이어져
"술집은 이래야지…힘들지만 기분 좋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1일 오후 5시께부터 뉴시스가 돌아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구로구 신도림 먹자골목에 위치한 식당 및 주점 사장들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전보다는 확실히 손님이 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의도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지배인 김모씨는 "우리는 항상 손님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위드 코로나로 사적모임 인원 허용 수가 늘어난 것은 희망적"이라며 "6인실, 8인실 홀이 있어도 지금까지는 4명까지밖에 못 받았는데 앞으로는 10명 모임도 가능하니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손님들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아직 위드 코로나 첫날이라 당장 지난달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늘과 내일 점심, 저녁 6명 이상 오는 단체예약도 거의 다 찼다"며 "영업 시간은 이전처럼 오후 10시까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일식 선술집에서 일하는 남성 종업원 이모씨는 "첫날이라 조심스럽긴 한데 이미 예약이 많이 늘었다. 오늘도 손님들이 좀 많다"며 "특히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더 늘면서 지난달에 비해 앞으로 1.5배에서 2배 정도는 (손님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식 선술집에서 일하는 지배인 양모씨도 "여기는 원래 2차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오후 10시까지였던 영업 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식사나 회식을 마치고 오는 손님들이 더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말이라 회식도 더 많을 테니 예전보다 한 30%는 손님들이 더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신도림 먹자골목에 위치한 식당과 주점도 이른 저녁부터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3층으로 운영되는 한 고깃집은 이날 위드 코로나 시행 첫날을 맞아 2층까지 불을 켜고 손님들을 기다렸다. 이 고깃집은 위드 코로나 이전에는 손님들이 별로 없어 약 50명이 앉을 수 있는 1층만 운영하던 곳이다.
이 고깃집 종업원 A씨는 "위드 코로나 이전에는 1층만 운영했는데 이제 영업 시간이 늘었으니까 2층까지 운영하기로 했다"며 "그동안은 손님들이 없어서 2층, 3층을 운영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위드 코로나 시행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위드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야기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신도림 먹자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성모씨는 "오히려 이렇게 거리두기를 한 번에 풀어버리면 나중에 확진자가 한 번에 늘어나는 등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며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앞으로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신경을 안 쓴다고 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젊은 친구들은 홍대 등 번화가로 몰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위드 코로나의 효과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는 사장 B씨는 "지금 식당 내부를 봐도 아무도 없지 않느냐. 위드 코로나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영업 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사람들이 느긋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 손님들이 꽉 찼다"고 말했다.
B씨는 "어차피 술을 마실 사람들은 낮에도 와서 마시기 때문에 영업 시간을 늘린 것이 그렇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12월이 되면 회식이나 송년회 때문에 손님이 더 늘지 않겠느냐.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모임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가 되자 많은 식당과 주점들이 모임을 갖는 손님들로 붐볐다. 신도림 먹자골목의 한 쪽갈비집에는 약 25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절반이 넘는 20여명이 몰렸다. 6인 이상 단체 손님은 없었지만 4인 모임은 종종 눈에 띄었고, 종업원은 테이블을 옮겨가며 분주하게 음식을 날랐다.
그 옆에 위치한 고깃집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하나둘씩 몰리기 시작했다. 약 30명이 앉을 수 있는 이 고깃집을 찾은 손님 20여명은 앞치마를 두른 채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면서 연신 술잔을 부딪쳤다. 인근에 있는 아구찜 식당은 손님 30여명이 내부를 꽉 채웠다.
다른 식당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월요일인 만큼 만석인 식당이 많지는 않았지만 먹자골목에 위치한 20여개 식당 중 절반 이상이 손님 맞이로 분주했다.
총 140석 규모의 여의도 한 곱창집은 3개 테이블을 빼고 모두 손님들로 꽉 찼다. 앞치마 차림의 종업원 3명은 양손에 가위를 들고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곱창을 구웠다. 한 남성 종업원은 3단 카트를 끌고 다니며 빈 그릇을 주방으로 실어 날랐고, 다른 종업원은 주류 주문을 받으며 쉴 새 없이 테이블과 냉장고를 오갔다.
이날 5인 모임을 갖던 직장인 이모씨는 "직장 동료들과 1년 반 만에 워크숍 겸 술자리를 갖는 것"이라며 "이런 모임이 오랜만이라 마냥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개인적으로 원래 이런 자리를 좋아하는데 1년 반 동안 회사에서 아예 저녁 약속을 못 잡게 해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으니 앞으로는 조금 풀리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내부가 꽉 찬 골뱅이집에서 7인 모임을 갖던 이모씨는 "7명 다 같이는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 강력 추천한다. 그동안 너무 답답했는데 이제라도 풀어줘서 다행"이라고 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전이었다면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술자리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계속됐다. 종업원들은 여전히 분주하게 안주와 술병을 날랐고, 여의도에 위치한 호프집 사장 C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C씨는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훨씬 좋다"며 "술집이 이래야 하지 않겠느냐. 살맛 난다"고 했다.
신도림 먹자골목에서도 술자리는 이어졌다. 앞서 손님으로 꽉 찼던 쪽갈비집은 오후 10시가 되자 비교적 한산한 상황이었지만 오후 9시45분에도 새로운 손님 3명이 들어갔다. 주변의 술집들이 설치한 야외테이블 7개에도 3~4인 손님들이 빼곡히 앉았다.
오후 10시께 뒤늦은 저녁 식사를 하던 남성 종업원은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며 "이 상태로만 가면 그동안 타격을 받았던 매출도 금세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위드 코로나가 이날부터 시행되면서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수도권에서는 10명, 비수도권에서는 12명까지 모임을 가질 수 있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기존 오후 10시까지였던 영업 시간 제한이 풀려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다. 집회나 행사는 접종자 구분 없이 99명까지 참여할 수 있고, 접종 완료자만 참여할 경우 499명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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