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정치 편향성 논란 TBS 내년 예산 삭감 칼 빼들어
민주당 장악 서울시의회 문턱 넘을지 관건…충돌 불가피
"방송사 제작비용 삭감은 탄압, 의회·시민 무시하는 행위"
30일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내년 예산에서 TBS에 지급하는 출연금을 120억원 가량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TBS의 전체 예산(515억원) 중 서울시의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서울시는 이 출연금 비중을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시가 TBS에 지급한 출연금은 375억원인데, 내년 출연금은 120억원 정도를 삭감한 252억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시장이 예산 삭감 카드를 꺼내든 것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TBS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의 '생태탕집 의혹' 보도로 논란이 됐고 최근에는 김어준씨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혀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TBS에 전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간섭할 수 없는 구조로 돼있어서다. TBS는 지난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했으나, 지난해 2월 '서울시미디어재단TBS'로 출범하면서 서울시 산하 조직에서 빠져나갔다.
김씨의 발언 이후 TBS의 자유게시판에는 "정치적 중립성이 없는 김어준을 퇴출해달라", "교통방송은 언제까지 김어준의 방송국이냐"는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
TBS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의 TBS 게시판에 "김어준은 TBS에 통제불가 신적 존재냐, 내년도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는 얘길 들으니 내 고용과 월급이 어찌될까 불안하다"는 등의 성토글이 올라와 큰 이목을 끌었다.
야권에서는 김씨의 퇴출을 비롯해 예산 전액 삭감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TBS는 김어준씨에게 계약서도 쓰지 않고 월 4000만원, 연봉으로 치면 5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급해왔다"며 "100억원이 아닌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도 TBS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줄곧 지적해왔다.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교통방송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서울시로서는 고민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TBS 예산 삭감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여권에서는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 중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TBS의 인지도와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TBS 예산 삭감에 나서는 것은 '방송 길들이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와 시의회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경만선 의원은 "서울시가 지난 8일까지만 하더라도 출연금을 330억원 수준으로 정했다가, 국정감사 이후 돌연 TBS에 전체 예산의 50%만 반영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내년 출연금을 2021년도 대비 30% 이상인 약 120억원을 깎아 252억74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사의 제작비용을 삭감하는 것은 앉아만 있으라는 탄압"이라며 "서울시 행정을 정치적으로 사유화하는 옹졸한 행위이자 의회와 시민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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