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지리산 탐방로 침엽수 고사…"산사태 위험"

기사등록 2021/10/18 16:13:24

녹색연합, 국립공원 탐방로 산사태 모니터링

지리산 구상나무 등 아고산대 침엽수림 고사

중산리~천왕봉 가장 위험…"관련 대책 마련"

[서울=뉴시스]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칠선 산사태 모습. (사진=녹색연합 제공). 2021.1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기후위기로 지리산국립공원 내 탐방로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환경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환경 당국은 산사태 우려가 있는 탐방로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녹색연합은 18일 "지리산국립공원은 천왕봉으로 오르는 모든 탐방로 주변이 산사태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 국립공원 고산지역 종합재해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한 탐방로 관리의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000년부터 백두대간의 국립공원 지역의 산사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이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리산·오대산·설악산국립공원 고산 지대에서 산사태가 이어져 왔다.

특히 지리산은 2010년 이후 5곳에서 채석장 또는 스키장 크기의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녹색연합이 올해 산사태 현장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산사태 발생 지역은 아고산대 침엽수인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집단 고사 지역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토양을 잡아주던 아고산대 침엽수가 사라지면서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사태는 활엽수림보다는 침엽수림에서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리산 침엽수 고사 지역은 경사가 급하고, 비바람에 직접 노출돼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내 산사태 위험 탐방로 구간. (사진=녹색연합 제공). 2021.1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위험한 곳으로는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진 구간이 꼽혔다. 법계사 위쪽 개선문부터 천왕봉까지 향하는 구간 서쪽 경사면의 침엽수가 고사하면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개선문에서 응급 구조 쉼터 사이 구상나무 군락은 70%가량 고사가 진행됐으며, 현재 살아있는 구상나무도 향후 2~3년 안에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일대 구상나무는 2017년부터 기후 스트레스 징후로 녹색이 아니라 갈색을 띠기 시작했으며, 2019년부터 집단 고사가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리산뿐만 아니라 한라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국립공원 내 아고산대 침엽수도 빠른 속도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지리산과 한라산에선 구상나무가,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등에선 분비나무가 고사하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고산지역 산사태는 기후위기로 인한 국립공원 재해재난 경고등이다. 지금부터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산사태에 대해 전수조사 및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도 이날 오후 환경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산사태 정밀 조사와 아고산대 침엽수림 훼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탐방로 주변 지역을 전수 조사하고, 우회 코스 등이 필요한지를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국립공원공단은 인공지능(AI)과 항공 영상을 이용해 지리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목을 파악했다. AI를 활용하면 전문가가 접근할 수 없는 급경사지 지역을 포함해 고사목 정보를 단 몇 시간 안에 수집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은 앞서 지난해 구상나무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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