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중도파 갈등 해소 기미 안 보여…맨친 "2조 달러 줄여라"
정부 셧다운은 피했지만…부채 한도 문제 여전히 '우려'
CNN과 폴리티코,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 하원 민주당은 당초 3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던 1조 달러(약 1186조 원) 규모 초당적 인프라 법안 처리를 아직 결행하지 못하고 있다. 3조5000억 달러(약 4151조 원) 규모 사회복지성 지출 법안을 두고 벌어진 당내 갈등 때문이다.
이른바 물적 인프라 법안이라고도 불리는 초당적 인프라 법안과, 인적 인프라로 분류되는 사회복지성 지출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인 '더 나은 재건'을 뒷받침할 핵심 자금 지원책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반대에 앞서 민주당 내에서 이들 법안을 두고 진보파와 중도파가 격렬하게 대립 중이다.
먼저 민주당 하원에서는 파밀라 제야팔 의원이 이끄는 진보 성향 의원들이 초당적 인프라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이들은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성 지출 법안 통과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초당적 인프라 법안 처리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원에서는 중도 성향의 조 맨친, 키어스틴 시너마 의원이 현 규모의 사회복지성 지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50 대 50으로 양분된 상원에서 민주당은 당초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이 법안을 자력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당내에서 한 명의 이탈자도 나와서는 안 된다.
보도에 따르면 맨친 의원은 이날 의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성 예산 법안 규모를 '1조5000억 달러(약 1779조 원)'로 제시했다. 현 법안보다 무려 2조 달러나 적은 금액이다.
맨친 의원은 "나는 '제로'에서 1.5(조 달러)로 기꺼이 움직일 의향이 있다"라고 했다. 맨친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런 의향을 전달했다고 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해 "시간이 진전을 이뤄줄 것"이라고 답했다. 더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3조5000억 달러 규모 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맨친 의원의 행보와 맞물려, 하원 진보파 역시 초당적 인프라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CNN은 진보파 향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인프라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가 여전히 굳건하다"라고 전했다.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상원에서 넘어온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이날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이미 지난 27일 표결을 예정했다가 한 차례 미룬 일정이다. 그러나 법안을 두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이날 표결을 강행할지는 불투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하원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의장과 통화하며 당내 상황을 자세히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미 상·하원은 연방 정부 2021회계연도 종료를 몇 시간 앞두고 오는 12월3일까지 정부 운영 자금을 지원할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며칠 동안 불거진 연방 정부 셧다운 우려는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경고해 온 디폴트(채무 불이행) 압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 하원은 전날 연방 정부 부채 한도 적용 유예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디폴트를 막기 위한 자원이 10월18일께 고갈되리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 시한을 지나면 실제 디폴트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를 맞이할 것"이라며 의회가 즉각 채무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화당은 경제적 참사를 두고 정치를 하고 있다"라며 채무 한도 적용 유예 협조를 압박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아직 협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역사상 한 번도 현실이 된 적 없는 미 연방 정부 디폴트가 도래하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시장에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일게 된다. 이 때문에 결국 디폴트 현실화 전에 양당이 합의를 이뤄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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