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못막은 전자발찌 회의론…대안은 보호수용?

기사등록 2021/09/04 15:00:00 최종수정 2021/09/04 15:53:51

강윤성 사건 둘러싸고 '전자발찌 무용론'

실제 범죄 예방하는 데 한계 있다는 지적

"형기종료 이후에도 사회와 격리해 관리"

보호수용제, 교화 목적으로 둔 프로그램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서울경찰청이 지난 2일 살인과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강윤성(56)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름·나이·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2021.09.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현 이소현 수습 기자 = 전자발찌를 찬 채 강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강윤성 사건' 이후 보호수용제를 제한적으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등 보호수용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은 메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피의자 강윤성(56)은 지난달 26일 전자발찌를 찬 채 면식이 있는 40대 여성을 본인의 주거지에서 살해했다. 다음날인 27일 오후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윤성은 같은 달 29일 송파경찰서에 범행을 자백하면서 긴급체포됐다.

8회의 실형 등 총 14회 처벌전력이 있는 강씨는 지난 5월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된 직후부터 재범 위험성 등을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재범을 막기 위해 부착한 전자발찌가 무색하게 강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살해 범행을 저질렀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에도 자수까지 38시간30분 동안 검거하지 못해 한 차례의 살해 범행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이후 일각에선 전자발찌가 부착자들에게 경각심을 줘 재범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범행을 막는 덴 한계가 있다는 무용론이 제기됐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윤성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31. mangusta@newsis.com
전자발찌를 착용한 경우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지만 특정 지역에 가거나 특정 시간대를 벗어나지 않으면 별도의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강윤성 사건처럼 전자발찌 부착자가 집 안에서 범행을 저질러도 교정 당국이 이를 미리 알아차리거나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단순히 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교화를 목적으로 둔 보호수용제가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호수용제란 연쇄살인 등 흉악범죄자들을 형기 종료 이후에도 사회와 격리시켜 별도로 수용, 관리·감독하면서 사회복귀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사회보호법과 함께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된 이후 보호수용제 도입 필요성은 제기돼 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 만에 자수한 50대 성범죄 전과자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지난달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모(56)씨는 이날 오전 7시55분께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봐 자수했고, 이후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살인과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강씨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강모씨의 자택 모습. 2021.08.29. jhope@newsis.com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기가 끝난 이후 재소자들을 사회에 바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적응 기간을 둔다는 측면에서 보호수용제의 의미가 있다"며 "보호 관찰 측면에선 수용 기간을 거쳐 '범죄자를 사회로 보내도 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윤성 사건은 재범률이 유난히 높은 사람들은 형벌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특히 충동 조절 장애가 있거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 재범 위험을 항상 안고 있으니 치료 차원에서 보호 처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호수용제가 실제 도입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의 사회 복귀를 막고 보호시설에 재수용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비판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열린 '전자감독대상자 훼손·재범사건 관련 대책 발표' 브리핑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03. photo@newsis.com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보호수용법이 제정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등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유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과거 "보호수용제는 그 명칭과 관계없이 과거 보호감호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며 수 차례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이중처벌, 기본권 침해 소지는 법적으로 보완을 하면 된다"며 "형기를 정해놓는 결정형이 아닌 최하 몇년~최대 몇년으로, 또는 형기 자체를 치료 기간에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범죄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염려하다 보니 강윤성 사건처럼 피해자들이 생겨나는 등 더 큰 인권침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현 교정 정책에 대해 회의를 품고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보호수용제가 대안으로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고 했다.

인력, 예산 등을 확보한 뒤 보호수용제를 교정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편, 현재 살인 및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구속된 상태인 강윤성은 내주 검찰에 송치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winning@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