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완료땐 4인 모임 가능' 논란…"돌파감염 어쩌나"

기사등록 2021/08/23 14:05:29

정부 "접종자 포함 4인 저녁모임 가능"

"접종률 높이려고 모임 허용하나" 지적

"접종자도 돌파감염에 안전하지 않아"

전문가 "1회 접종 '얀센'은 특히 더 위험"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광복절 연휴인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나들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2021.08.1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2인으로 제한됐던 저녁 모임이 4인까지 가능하다'는 조치를 추가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놓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전날까지로 예정됐던 수도권 4단계 및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다음 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장기화에도 좀처럼 확산세가 잡히지 않자 고강도 거리두기 기간을 연장한 것인데 정부는 이번에는 4단계 지역에서 백신 접종자가 포함된 경우 오후 6시 이후에도 최대 4인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장소는 식당과 카페로 한정된다.

정부의 거리두기 연장으로 가족도 4인이 한 공간에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접종자 포함' 조건 아래 식당·카페에서의 4인 사적 모임을 허용하면서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늘고 돌파감염도 확산하는데 단순히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고모(30)씨는 "접종자가 포함되면 저녁에도 4인 모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서는 벌써 누가 백신을 맞았고 누구를 만나야 4인 모임이 허용되는지 계산하기 바쁘다"며 "만약에 백신을 안 맞았다고 해도 그 사실을 카페나 식당에서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을 하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방역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책상에서 이론만 제시하는데 정작 그 조치를 실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사회 생활을 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이라며 "돌파감염에 대한 대책도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신모(33)씨는 "부작용이 우려돼 아직까지는 백신을 맞을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접종자가 포함되면 오후 6시 이후에도 4인 모임이 가능하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백신 10부제를 통해 예약 가능 날짜가 되면 저녁 모임을 위해 백신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 한 음식점에 영업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1.08.22. kkssmm99@newsis.com
이처럼 국내에서 백신 접종 불안이 확산하는 이유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접종 이후 사망자와 이상 반응 신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1차 접종자 수는 총 2591만685명, 접종 완료자 수는 1156만5121명이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2월26일 이후 이날 0시 기준 이상반응 의심 신고 누적 사례는 15만3752건(접종 완료자의 1.3%)으로 근육통·두통·발열·오한 등 일반적인 사례와 신경계 이상 반응 등 주요 이상 반응 사례 등이 포함됐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3건, 화이자 1건, 모더나 1건 등 5건이 추가돼 이날 0시 기준 누적 492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다른 증상으로 먼저 신고됐다가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경우를 포함하면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 수는 700명대를 넘어간다.

백신 접종 후 사망 비율이 전체 접종자 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사례가 있는 만큼 일부 시민들은 1%라도 존재하는 사망 가능성에 불안감을 나타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에 한해 4인 모임을 허용하는 것은 '책임 회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파감염 우려도 여전하다. 백신을 접종하고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2000명이 넘는 돌파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전체 비율로 따지면 0.03% 수준"이라며 백신 접종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인구의 80% 넘게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에서도 델타 변이 등으로 새로운 감염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백신을 맞았다고 정부가 사람들 모임을 장려하는 것이냐"며 "이는 방역과 아무런 상관 없이 그저 백신을 맞게 하기 위한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 람다 변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지금 백신을 맞아도 사람들이 계속 모이지 않게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중에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하면 또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0대가 주를 이루는 얀센 백신의 경우 돌파감염 사례가 가장 많고 화이자와 비교할 때는 6배 차이가 난다"며 "1회만 접종하는 얀센 백신은 방어력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 접종을 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정부의 발표만 믿고 카페와 식당으로 간다면 돌파감염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업 시간을 줄이면서 저녁 모임 인원 수를 늘린 조치가 '백신 인센티브'라고 하는데 과연 식당과 카페에 얼마나 이익이 될지 모르겠고 백신을 접종했다고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결국 국민들에게 본인의 위험을 스스로 짊어지고 백신을 맞은 뒤 모임을 가지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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