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토론회
내년 1월 시행 앞두고 노사 의견 수렴 위해
경영계 "모호한 표현에…과도한 처벌 우려"
노동계 "법 의미 축소…책임자 처벌 불가능"
경영계는 불명확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경영 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 책임자 의무가 한정적이라며 보다 포괄적인 규정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사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간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시행령 제정안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제정돼 내년 1월27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세부 내용인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1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입법 예고를 진행 중이다.
토론회 첫날 논의 주제인 경영 책임자 의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쟁점 중 하나다.
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한 경영 책임자의 구체적인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담았는데, 특히 경영계는 시행령이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무 내용이 불명확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형사처벌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영 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처벌과 직결되는 만큼 보다 구체적으로 시행령에 규정해야 하는데, '적정한' 예산 편성과 '충실한' 업무 수행 등 모호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이대로 시행령이 확정될 경우 기업은 무엇을 지켜야 처벌을 면하는지 알 수 없고, 정부도 법 집행에 있어 많은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경영 책임자의 의무 내용은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경영 책임자가 누구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영 책임자 개념은 법에서 정의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은 만큼 정확한 해석을 시행령에서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양 실장은 특히 "이번 시행령은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관계 법령 범위를 무한대로 넓혀놨다"며 "형사처벌을 규정한 법에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법에서 경영 책임자 의무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로 돼있지만 시행령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의 문구를 삭제하면서다.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은 "정부는 자의적으로 법의 의미를 축소했다"며 "삭제된 문구에는 위험작업 시 2인1조 작업, 과로 방지를 위한 적정 인력 배치 등에 드는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실장도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은 2인1조 작업 위반, 심야 단독작업, 신호수 등 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라며 "이를 협소하게 규정해 경영 책임자 처벌이 또다시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최 실장은 아울러 "안전보건관계 법령에 근로기준법 등 법령도 명시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과로사, 직장 내 괴롭힘 등 중대재해 발생에 경영 책임자는 의무 위반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고용부는 토론회 둘째날인 19일에는 또다른 쟁점인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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