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본, 역학조사 통해 양돈농장서 추가 확인
지난 8일 '음성' 받아…이후 오염원 유입 가능성
농장 인근 800m에서 '양성' 멧돼지 발견 주목
"멧돼지 양성 72% 급증…경기·강원 오염 우려"
올해 들어 도축 돼지 12% 늘어…도매가는 7%↑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지난 7일 강원 고성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인된 이후 열흘 만에 ASF 확진 사례가 발견되면서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인근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발생 사례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방역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강원 인제군에 위치한 양돈농장에서 ASF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은 지난 7일 강원 고성군 ASF 발생 농장과 역학 관계에 있어 오는 25일까지 출하 등 이동 제한 조치를 받아왔고, 이어진 정기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통상 역학조사 대상 농장은 3주에 걸쳐 3차례의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해당 농장은 지난 8일 1차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기 때문에 이날 이후 오염원 유입 요인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농장에서는 약 1736마리의 돼지를 사육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근 3㎞ 내 돼지농장은 없고 10㎞ 내에는 1호가 있다. 해당 농장과의 거리는 약 5.7㎞이다.
중수본은 이날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방역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미돼지(모돈)에서 ASF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장의 모돈 관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강원도 내 양돈농장 200여 호에 농장별 지자체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모돈 관리상 미흡 사항을 발굴해 한돈협회 등과 집중 안내하는 식이다.
또한 ASF 양성 판정을 받은 야생 멧돼지가 발견된 지점에서 반경 10㎞ 안에 위치한 양돈농장 180여 호에 대한 특별관리도 실시된다. 강원 인제 ASF 발생 농장에서 약 800m 떨어진 지점에 양성으로 분류된 멧돼지가 발견됐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해당 농장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수준의 점검을 진행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집중 컨설팅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된 날로부터 1개월간 모돈 입식 금지, 돼지 출하 전 모돈 전수검사 등이 추진된다.
중수본 관계자는 "최근 야생 멧돼지 양성 검출이 지난해에 비해 72% 증가하는 등 급증하고 있어 경기·강원 지역이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돈농가는 경작지 출입 및 영농 기구·장비 농장 내 반입 금지 등을 통해 오염원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며 "돈사 출입 전에 손 소독·장화 갈아 신기, 손수레 및 모돈사·퇴비사 사이 이동 동선에 대한 집중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돼지고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의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15만 마리로 전년 대비 0.6% 늘었다. 이번 강원 인제 농장의 경우 월평균 173두를 출하하고 있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ASF 발생으로 인한 추가적인 일시 이동 중지 명령도 없어 정상적인 돼지고기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ASF 확산 정도에 따라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도축된 돼지는 1050만 마리로 평년(938만9000마리)에 비해 11.8% 늘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도매가는 kg당 5138원으로 7%가량 뛰었다.
중수본 관계자는 "올해 돼지고기 공급은 지난해와 함께 최근 5년간 가장 많다"며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수요가 지속되면서 가격은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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