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H에 시정 명령·과징금 처분
문화재 발견돼 공사 기간 늦어졌는데
땅주인 정당 연체…손해금 등 부과해
공정위 "LH 우월한 지위 남용 불이익"
LH "토지 사용 가능…부당성 다툴 것"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김포 한강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땅주인들에게 9억원 넘게 뜯어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LH는 공정위의 처분이 억울하다며 법적 다툼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16일 "한강신도시 34필지 매수인들에게 납부 의무가 없는 '토지 사용 가능 시기 이후 지연 손해금'과 '재산세' 명목으로 총 9억4800만원을 뜯어낸 LH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LH는 김포 장기·운양동, 옛 양촌면(현 구래·마산동) 일원에 한강신도시를 개발하기로 하고, 2006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부지 조성(전선·하수관 등 각종 기반 시설을 매립하는 등 주택·상가·도로 등을 건설하기 전에 시행하는 밑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며 공사에 차질이 생겼고, 부지 조성이 끝난 다음 날인 계약상 토지 사용 가능 시기가 1년4개월가량 지연됐다. 이에 따라 LH로부터 해당 토지를 사들이기로 했던 매수인들은 중도금·잔금 등 매매 대금을 연체했다.
그러나 LH는 이 매수인들에게 대금 연체에 따른 지연 손해금 8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매수인들 때문에 공사가 지연된 것이 아닌데도 손해금을 물린 것이다.
LH는 2013년 9월~2017년 12월분 재산세 5800만원도 매수인들에게 떠넘겼다. 지방세법상 재산세는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한 자'가 부담하게 돼 있다. 당시는 공사가 끝나지 않아 토지를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사실상 소유주인 LH가 재산세를 내야 하지만, 이를 매수인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일부 매수인은 토지 사용 가능 시기가 늦어질 것을 예상하고, "잔금 납부 기간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LH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내문을 보내 계약상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다며 매수인들을 기망하기도 했다.
또 매수인들이 "토지 사용 시기 지연으로 인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토지 사용 승낙서' 발급을 신청하도록 유도해 각종 책임을 회피했다.
공정위는 LH가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매수인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봤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다.
공정위는 "LH가 부지 공사를 계약 기간 안에 끝낸 경우에만 지연 손해금·재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 "LH는 매매 대금 회수에만 급급해 이 사건 관련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매수인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LH는 뉴시스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이 사안 관련 토지는 사용 가능 시기가 도래하기 전 이미 실제 사용이 가능한 상태였다"면서 "실제로 일부 매수인은 LH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얻어 건축 인허가를 받아 사용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LH는 이어 "따라서 (사용이 가능한데도) 잔금을 내지 않은 매수인에게 지연 손해금과 재산세를 부과한 것이며, 공정위는 지난 2019년 2월 내린 제1차 처분에서 '법률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도 있다"면서 "(공정위와) 소송을 통해 처분의 부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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