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대권 도전 '진보여제' 심상정…내년 대선판 흔들까

기사등록 2021/08/15 14:00:00 최종수정 2021/08/15 15:54:34

"부동산 부자들과 삼성 재벌 등 결국 힘을 가진 사람의 편"

[과천=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불허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8.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9대 대통령 선거에 이어 20대 대선 도전을 사실상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강이 초박빙의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로 통해온 심상정 의원은 지난 12일 대선 출마 의지를 공표했다. 심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의 미래를 여는 길에 저의 쓰임새가 있다면, 후보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사실상 4번째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진보여제' '철의 여인' 등으로 불려온 심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다. 전두환 군부 정권의 위세가 서슬 퍼런 1985년 구로 공단 동맹파업을 주도한 일화로 유명하다. 박정희 정부 말기인 1979년 공활(공장 활동)을 통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십대 대학생(서울대 역사교육과)으로 구로 공단에 위장취업해 대우어패럴 등 의류봉제업체 미싱사를 거쳐 써니전자, 남성전기 등에서 일했다. 25년의 노동운동 끝에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200만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선전한 심 의원은 국회 입성 이후 꾸준히 대권에 도전장을 던져왔다.

심 의원의 첫 대권 도전 무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무려 500만표라는 압도적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이다. 심 의원은 당시 권영길, 노회찬 후보와 함께 치른 민주노동당 당내 경선에서 노 후보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권 후보에게 결선투표에서 패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법정건축비와 분양건축비 변동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7.20. yesphoto@newsis.com
심 의원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도 다시 출마한다. 그는 같은 해 10월 12일 진보당 대선후보로 단독 등록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4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낮은 지지율'과 '사표론'에 떠밀려 완주하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 26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사퇴했다.     

두 차례 대선에서 각각 '당내 경선 탈락'과 '중도 하차'의 고배를 마신 심 의원이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2017년 19대 대선이다. 심 의원은 당시 문재인(41.1%), 안철수(21.4%), 홍준표(24%), 유승민(6.8%) 후보 등 여야의 쟁쟁한 후보들과 겨뤄 5위를 차지했다. 당시 심 의원의 지지율은 6.2%, 득표수는 약 200만 표에 달했다. 

정치권이 지난 3차례 대선에서 당선권과 거리가 멀었던 심 의원의 4번째 도전 선언에 주목하는 배경은 내년 대선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심 의원이 출마한 19대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난립했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압승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은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진보당의 당 지지율이 현재 5% 내외를 오가는 데, 여권 성향에 가까운 진보당 지지자들이 심 의원에게 표를 던진다면 선거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 구도도 심 의원에게 불리하지 않으리라고 관측된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각 분야에 뿌리를 내리는 가운데 코로나 19 확산으로 배달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산재 사고도 꾸준히 발생하는 등 심 의원이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강점을 발휘할 사회적 토양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은 급속히 확산하는 불완전 노동, 근로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산재사고 등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의당 류호정(오른쪽부터),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이은주, 장혜영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1. photo@newsis.com
심 의원도 앞서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현 정부를 향한 민심 이반을 언급한바 있다. 그는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았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부자들과 삼성 재벌 등 결국 힘을 가진 사람의 편에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확인했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며 "이제 전환의 정치로 한 시대를 건너갈 파트너로 심상정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대선 도전에 나서는 심 의원은 오는 24일을 전후해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며 민심을 공략했다. 당내에서 심 의원과 겨룰만한 경쟁자가 딱히 눈에 띄지 않아 2017년에 이어 다시 정의당 후보로 대선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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