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측이 각종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성희롱 증거가 없다'며 반격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피해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 관련 사실관계 2'라는 글을 올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사실들은 객관적인 증거들이 전혀없이 피해자(김잔디로 지칭)와 참고인의 불확실한 진술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박 시장이 김잔디의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진 행위는 손님들과 대화 중인 박 시장에게 와서 손을 들이대며 자랑을 했기 때문에 박 시장이 어색하게 손을 살펴봤던 것일 뿐, 성희롱 상황이 아니라는 현장 목격자까지 나오는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박 시장 사건 관련 사실관계 1'이라는 글에서 "김잔디가 동료 직원과의 준강간 사건 이후 자신의 징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해 정무적 리스크를 현실화시켰다"라고 주장한 데에 이은 후속 격이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월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정문에서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인권위를 상대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한 일간지 기자에 대해서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피해자에게 본격적으로 2차 가해를 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은 시민 몫", "휴대전화를 공개하면 된다"는 내용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시장 유족 측에서 "박원순 시장 유족 측에서 진중권 교수를 이렇게 고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정 변호사가 '어떤 남성도 박 전 시장의 젠더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막말은 일기장에나 쓰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죄행위의 사실관계를 알려고 하거나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를 함부로 2차 가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2차 가해라는 주장을 앞세워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공개를 금기시하고 합리적인 의문 제기나 논의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