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담동 한 아파트 매물만 ‘85건’… 50건 이상 아파트는 ‘19곳’
주민 "살자니 보유세, 죽자니 상속세… 버티다 이젠 집 팔아요”
공무원 '특공' 때문에 일반 물량 적었지만 폐지하면서 내림세
“세금 옥죄기, 청약 기대심리, 공급물량 확대로 아파트 매물 늘어"
세종시는 지난해 각종 호재 속에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예측에 당시 집주인들은 내놓았던 매물도 거두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라는 말이 돌았다. 덩달아 전세 가격도 뛰면서 ‘전세 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기면서 세종시를 떠나는 시민들도 생겼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세종시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은 매매가 기준 21.6%, 전세가 누적 상승률도 53.8%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10.8%)와 전세가(9.7%)를 비교하면, 매매는 두 배, 전세는 다섯 배나 높은 수치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돼 지난 5월 하락세(-0.1%)를 시작으로 7주 연속 떨어지다, 지난 7월 초(5일) 소폭 상승(0.1%)했지만, 말일(28일) 다시 떨어졌다.
뉴시스는 아파트 관련 실거래가, 시세, 매물, 분양정보 등을 제공하는 ‘아실’ 자료와 최근 10일 동안 지역 공인중개소 10여 곳을 방문, 세종 신도심과 원도심 아파트 120곳의 매매 현황을 조사했다.
세종 아파트 단지 중 최근 2개월 간 50건 이상 매물이 나온 곳은 모두 19개 단지로 지난해 매물 품귀 현상이 벌어진 10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진 상황이다.
가장 많은 매물이 나온 곳은 2곳으로 다정동 ‘가온1단지힐스테이트세종’과 소담동 ‘새샘마을6단지한신더휴펜타힐스'로 85건의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총 입주 세대와 비교하면 가온1단지힐스테이트세종(1631세대)은 5.21%, 새샘6단지한신더휴펜더힐스(1522세대)는 5.58%가 매물로 나온 셈이다.
60세대 이하 50세대 이상 매물이 나온 지역은 9곳으로 ▲첫마을6단지힐스테이트(58건), ▲중흥S-클래스센텀시티(57건) ▲새뜸1단지메이저시티푸르지오(55건) ▲새샘1단지중흥S-클래스에듀마트(55건) ▲첫마을7단지래미안(54건) ▲첫마을1단지퍼스트프라임(52건) ▲새뜸10단지더샵힐스테이트(51건) ▲새샘3단지모아미래도리버시티(51건) ▲첫마을3단지퍼스트프라임(50건) 등이다.
집주인 A(68)씨는 “요즘 살자니 보유세, 팔자니 양도세, 죽자니 상속세라는 말이 나오는데 더는 여력이 없어 집을 내놓았다”라며 “세금 폭탄 속에서 양도세가 오르는 6월 전에 집을 처분하려 했으나, 아직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계속 집 값이 떨어지는 하락장에서 이젠 세종시 아파트가 먹기도, 버리기도 애매한 계륵과 같다”라며 “아직은 정상가격에 집을 내놓았는데, 급매로 집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가격을 낮춰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노철오 은퇴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다주택자 세금 옥죄기, 아파트 공급 물량 확대, 이전 기관 공무원 특별공급 폐지로 인한 청약 기대 심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노 소장은 “정부가 밀어붙인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옥죄기 카드가 어느 정도 먹힌 것 같다. 가격이 오를 땐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어느 정도 무뎌지지만, 하락장 속에서 버틸 여력에는 한계가 있어 실거주가 아닌 투자로 집을 산 사람들은 이런 부담으로 아파트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 공급 물량 확대와 맞물린 특공 폐지도 투매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며 “올해 대략 7700세대가 분양했거나 대기 중이며 기존 계획 20만호 건설에 이어 오는 2025년까지 1만 3000호 추가 건설로 수요 대비 공급이 풍부하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공무원 특공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피'를 주더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매수자가 있었지만, 폐지로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보다는 청약으로 심리가 쏠리는 현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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