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청소노동자 유족 "서울대 셀프조사 거부할 것"(종합)

기사등록 2021/07/15 14:39:42

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TF, 서울대 방문

오세정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도 참석

"서로 다른 칸에서 다른 칸 상황 몰라"

기숙사 등 현장방문 후 유족과 간담회

남편 "학교 조사 거부…응하지 않겠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난 달 26일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사용하던 기숙사 휴게실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의 근무 환경 실태 등 현장조사를 위해 서울대학교를 찾았다. 현장조사 이후 의원들과 만난 청소노동자 유족은 "현실을 회피하려는 서울대의 셀프 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산재 예방 TF) 소속 이탄희 의원, 이해식 의원, 장철민 의원은 15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을 찾아 학교 측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날 서울대 측에서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여정성 교육부총장, 이원우 기획부총장, 김태균 협력부처장, 서은영 학생부처장이 참여했다.

서울대 측의 사건 경과 보고에 앞서 이탄희 이원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도 언급됐지만 사망한 청소노동자가 지난 1년6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겪었던 상황과, 반대로 학교당국이 판단했던 내용들을 수평적으로 비교해봤다"며 "완전히 다른 2개의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래서 상임위원회에서는 '서울대가 하나의 설국열차 같다'는 말이 나왔다"며 "서로 다른 기차 칸에서 살면서 다른 칸의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해식 의원은 "지난달 26일 유명을 달리하신 청소노동자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산재 예방 TF에서는 한 해 산업재해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직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현장에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끈질기게 노력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서울대를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기숙사 주변에서 지난 달 26일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근무하던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5. photo@newsis.com
이 의원의 발언 이후 서울대 측의 상황보고가 이어졌다.

숨진 청소노동자의 인적사항 및 사망 원인, 사망 이후 후속 조치 등을 설명한 서 학생부처장은 "사망과 관련해 서울대는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관계 파악 및 후속 조치를 위해 서울대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서 학생부처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대 측의 보고가 마친 이후 의원들은 청소노동자 A씨가 청소를 담당했던 925동 기숙사와 뒤편에 마련된 쓰레기장 등의 상태를 살펴봤다. 이후 이들은 기숙사 건물 인근에 마련된 A씨의 분향소 앞에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의원들과 A씨 유족,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노동조합) 관계자들은 A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A씨 남편은 "사람들이 '서울대의 명예'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그 명예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교당국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가 하찮은 일을 하는 분들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진정성을 보여주고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존재'를 이야기하는데 학교 측은 '소유'만을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 조사를 거부한다"며 "인권센터를 담당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성향은 언론 등을 통해 이미 확인한 만큼 오늘부터 전 학교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오세정(왼쪽 세번째) 서울대 총장 등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TF 단장 및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7.15. amin2@newsis.com
약 1년6개월 동안 서울대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달 26일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극단적 선택 및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A씨의 사망 이후 유족과 노동조합 측에서는 A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측의 지나친 업무 지시 및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대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오세정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애도를 표하며 서울대 인권센터를 통해 직장 내 갑질 존재 여부 등을 공정하게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의원들은 "가장 중요한 산재 요청 문제는 일단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서울대에서 자료 제공 등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확답을 들었다"며 "TF 차원의 회의를 최대한 빨리 열고 현재 쟁점이 되는 조사 방식과 노조 측의 요구 등을 다룰 협의체 구성을 당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탄희 의원은 "현장 방문 이후 느낀 점은 정말로 '서울대판 설국열차'를 보는 것 같고,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이 말하는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학교는 계속해서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선의 차원'에서 했다고 하는데 지옥으로 가는 길은 항상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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