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흘 전 한일 갈등 부각…정상회담 추진 부담
정상회담 결렬 명분 찾는 한일…출구 전략 모색하나
靑 "방위백서, 한일 간 오랜 현안…직접 영향은 없을 것"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한 자릿 수로 접어든 가운데 문 대통령 참석 여부의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다.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커녕 독도 도발을 통해 의도적으로 협상판을 깨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지난 1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 각의(국무회의)에서 2021년 방위백서를 보고했다. 백서는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일본은 시네마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했던 2005년 방위백서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을 수록한 이후 17년 째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기술해오고 있다. 나아가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했다.
또한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을 허용했다. 9년 전 런던올림픽 때 축구국가대표팀 박종우가 3·4위 전 승리 세리머니로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어보였다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동메달을 박탈 당할뻔 했던 것과는 다분히 대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백서에 한국 해군 구축함의 자위대 초계기 사격 관제 레이더 조사 사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와 유예 등 첨예한 한일 갈등 사안들을 한국 책임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올림픽 개회 열흘을 앞두고 방위백서 내용이 공론화 된 것을 계기로 한일 갈등 사안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정상회담 성사를 적극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여건이 조성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MBN '백운기의 뉴스와이드'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회담 물밑 협상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무산될 수 있음을 공개 시사한 바 있다.
박 수석은 '만약 사전 협의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일본에 안 갈 수 있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런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차원의 방일 무산 가능성을 공식 시사한 것은 처음이었다.
박 수석의 이러한 공개 인터뷰 내용은 외교 당국 간 물밑 협상에서 좀처럼 접점이 찾아지지 않자 먼저 협상판을 깰 수 있다는 시그널을 발신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자진 해제를 한일 정상회담 성사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체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개회 열흘 전에 방위백서를 공개한 것 역시 협상 판을 깨기 위한 맞불 작전으로 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하면서 한일 외교 참여를 통한 협의를 진행해 온 바는 있다"면서도 "현재로써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새롭게 말씀드릴 진전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한 공식 입장을 외교부와 국방부로 돌린 데에서 청와대의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서 언급했던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 속에는 독도 분쟁 문제가 포함됐던 것으로, 방위백서 내용은 풀어야 할 오래된 한일 현안 중 하나"라면서 "한일 정상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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