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일주일, 3가지 화두…①반문 ②빅플레이트 ③충청대망론

기사등록 2021/07/10 08:00:00

카이스트 학생 만난 尹…'탈원전' 꼬집으며 文 실책 강조

野인사들에 '빅플레이트' 거론…보수·중도·진보 한 그릇에

尹, 대전 기자에 "제 뿌리는 충정"…'충청대망론'에 부응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이 듣습니다'. 지난달 28일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바쁜 민생 탐방 일정을 소화 중이다.

정책 부분에서는 '문재인 때리기'를 이어가며 기회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내밀었다. 첫 민생 탐방 장소로 선택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간담회에서 그는 탈원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스타트업 육성단지 '팁스타운'에서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기회가 부여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발언했다.

야권 '빅플레이트' 구상에 대한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공식 일정을 통해 3일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8일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났다. 뒤늦게 오세훈 서울시장(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6일)를 만난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충청대망론에도 불을 지폈다. 지난 6일 대전에서 그는 "제 뿌리는 충청"이라며 지역주의를 자극했다.

'탈원전·규제완화'…공공연한 反文 행보
[대전=뉴시스]최진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 간담회에 참석해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1.07.06. myjs@newsis.com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탈원전 정책은 당연히 바뀌지 않겠느냐"며 "원전은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6일에는 KAIST 원자핵공학과 학부·대학원생들을 만나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청취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에도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수사에 애착을 보였다. 월성원전 1호기는 경제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보고서를 조작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조기폐쇄를 밀어붙인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산업부, 한수원 등이 개입한 의혹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화두로 원전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온갖 편법이 있었다는 의혹은 현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최고의 공격 포인트'다. 윤 전 총장은 이같은 점을 강조하며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민관 협력 스타트업 육성단지 '팁스타운'을 방문한 윤 전 총장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각종 규제 개선책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보수의 전통 메시지와 함께 '기회'라는 키워드까지 선점했다.

윤 전 총장은 그는 "국가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동성"이라며 "작은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기업 규제에 대한 과감한 혁신도 강조했다. 그는 "규제와 법령이 한 번 만들어지면 감독하는 조직이 생겨난다"며 "(규제가 필요한) 이유가 상실됐는데도 (현실적으로) 규제를 폐기하기 어려운 게 많다. 그런 걸 잘 살펴서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野 '큰 그릇' 주인공 되겠다는 윤석열…정권교체 야망 구체화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1.07.07. photo@newsis.com


지난 일주일, 윤 전 총장을 만난 야권 인사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단어가 있다. 바로 '빅 플레이트(큰 그릇)'이다.

윤 전 총장은 원희룡 지사, 권영세 위원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빅플레이트를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와 중도·진보를 모두 담는 그릇이 되겠다는 취지다.

지난 7일 안철수 대표와 만난 후 나온 발언은 윤 전 총장의 포부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안 대표와)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특히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안 대표와 회동을 마친 뒤 윤 전 총장은 '국민의당 외 다른 당의 후보도 만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만나야 하는 분을 한정해 놓고 그런 건 없다"며 "만나야 될 분들은 다 만나야 되지 않겠나"고 답했다. 여야에 국한하지 않고 진영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제 피는 충청"…잡은 물고기 놓치지 않는 尹
[대전=뉴시스]최진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전사자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6. photo@newsis.com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대전·충청 언론인들과 만나 '충청대망론'의 불을 지폈다. 윤 전 총장 집안의 지역적 뿌리를 내세워 전통적인 대선 캐스팅보트인 충청의 마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저희 집안은 논산 노성면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500년을 살아왔고 부친은 논산에서 태어나 공주로 이전해 친척분들도 살고 있다"며 "저는 서울에서 교육 받았지만 부친과 사촌의 뿌리까지 충남에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부친 고향은 충남 공주다.

윤 전 총장은 '충청대망론'을 거론하며 "이는 충청 출신 대통령이 없기 때문에 (형성된) 지역민의 정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실인 소통관을 방문했을 때도 충청 지역 언론인들에 "조상이 500~600년 넘게 (충남에서) 사셨으니 저의 피는 충남이라 할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충청 피'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난이 이어졌다.

대전 유성에서 5선을 지낸 민주당 소속 이상민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함부로 충청인 현혹하려 하지 마시오. 어디 조상, 부친 운운하며 은근슬쩍 충청에 연줄 대려고 하나"고 했다. 그는 "충청인들이 그렇게 얕잡아 보이나. 당장 헛되고 과장된 행태를 멈추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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