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깨문, 차라리 야당 찍겠다 하면 文 못지켜" 파장
이재명 지사 독주 속 친문진영서 경선 중립성 공격 조짐
정세균 "특정 후보 확정된 것처럼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
경선 연기 불가, 김경율 면접관 섭외에 누적된 불만 폭발
당장 친노·친문이 주류인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온 데 이어 친문계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송 대표의 공정한 경선 관리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권 대선 레이스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독주를 이어가자 '이재명 견제심리'로 똘똘 뭉친 친문계가 송 대표의 대선 경선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며 공세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대표의 발언이 친문 결집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송 대표의 이번 논란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친문 지지자들이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으려 할 수도 있다'는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송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7년 대선을 거론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 후보가 선출됐는데 그때 일부 친노 세력에서 '정동영보다 이명박이 되는 게 낫다'는 사람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500만표라는 압도적 차로 이명박이 승리하고 정동영이 떨어졌는데 그 결과가 어땠냐. 철저한 검찰의 보복으로 결국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게 되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누구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성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면서 친문계 강성 지지층에 일침을 가했다.
대깨문은 지난 19대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쓰던 용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일부 맹목적 지지층에 대한 여론의 반감도 커지면서 현재는 혐오 표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송 대표의 발언은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윤석열을 찍겠다'는 일부 극단적 지지층의 행태가 민주당의 원팀 정신에 해가 된다는 취지였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이 지사에 대한 당내 반감을 극복하고 민주당 지지층이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기지사 경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친문계 전해철 후보에게 승리하자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을 찍겠다'고 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친문 중심의 강성 당원들은 '대깨문'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송 대표가 당원들을 모욕했다고 분개했다. 동시에 송 대표기 이 지사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의심하고 나섰다.
송 대표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강성 당원들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을 위험하게 만들 거라는 협박에 '대깨문'이라는 단어를 통해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하하기까지 했다", "이재명을 당선시키려고 아예 대놓고 움직이는데, 이게 당대표가 할 짓이냐", "정치적 중립을 시켜 제대로 된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대표가 특정 후보를 언급하고 무게를 실어주다니"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대표가 공적인 자리에서 당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고 있는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당의 통합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당의 통합을 해쳐서야 되겠느냐. 이유 불문하고 즉각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송 대표는 전날 한국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발언 취지 전체가 우리가 다 하나가 되자는 뜻이다. 특정인을 배제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누가 되든 나는 중립이고 후보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대표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송영길 체제의 대선 경선 관리에 내심 불만을 품어왔던 친문계 대선후보 진영에서 대깨문 발언을 계기로 송 대표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문제 삼으려는 듯한 조짐도 보여 당 내홍으로 비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그동안 이낙연·정세균계에서는 내심 송 대표가 이 지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선을 관리해 왔다는 불만이 있던 게 사실이다.
경선 일정 유지를 요구했지만 송 대표가 후보들 간 합의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친문계의 반발로 결국 철회되기는 했지만 '조국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대선 경선 국민 면접관으로 섭외했던 데서 누적된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송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당내 비토 정서를 겨냥하며 대깨문을 거론해 친문 진영이 '송영길=친이재명' 공세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본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상황에서 1·2위 간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친문 지지세 결집을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 프레임을 적극 활용할 여지가 있다.
실제 정 전 총리도 "막 경선이 시작된 판에 아예 특정 후보가 다 확정된 것처럼 사실상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을 했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며 "공정과 정체성, 신중함은 당 운영의 생명이다. 심히 걱정스럽다. 도대체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느냐. 어찌 수습하려 하느냐"고 송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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