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0일부터 사흘간 600명대…1월7일 이후 반년만
"실질 조치 의미 없어…유행 상황 심하다는 신호"
델타형 변이·젊은층·경각심 저하…여름휴가 '악재'
"새 거리두기 미뤄야…시행시 수도권 3단계 적용"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고 인도에서 유래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에서 발견되는 등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새 거리두기 적용을 미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면 단계를 높여서 적용하거나 여름 휴가, 변이 유행 등을 대비해 방역 조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26명이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연이틀 700명대로 집계된 데 이어 이날 800명대로 급증했다. 이는 3차 유행이 정점에 도달한 직후였던 1월7일 869명 이후 176일 만에 최대 규모다. 국내 발생 확진자 수도 같은 기간 최대 규모인 765명을 기록했다.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635.6명으로, 이틀 연속 600명대에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 유행세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국내 발생 확진자는 지난달 30일 631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일 607명, 이날 619명으로 집계됐다. 연일 600명대를 기록한 건 지난 1월7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유행 증가세를 보이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수도권 3개 시·도는 당초 1일 적용하려던 새 거리두기 체계 시행을 일주일 연기했다. 중대본과 수도권 지자체는 이번 주까지 유행 상황을 지켜본 후 다음 주 초에 논의를 거쳐 새 체계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3개 시·도에선 이달 7일까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직계가족은 8인까지), 오후 10시 이후 식당·카페 매장 내 취식 금지 및 실내체육시설·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 유흥시설 6종 집합금지 등 기존 거리두기 체계상 방역 조처가 유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주일 만에 수도권에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2단계를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유행이 억제되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주 연기는 실질적 조치로선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예정된 거리두기 시행을 몇 주 미뤄야 할 만큼 유행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로서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 체계를 시행하기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고, 접종률도 낮은데 방역 경각심까지 낮아져서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6월 4주차 수도권 확진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인구 10만명당 13.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11.7명), 40대(10.4명) 순으로 많았다. 젊은 층이 많은 주점, 유흥시설, 학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도권 전체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이라 수도권 전체가 3단계로 갈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 같다"며 "지역사회에서 산발적인 감염들이 다수 생기고 있고, 대부분 20~40대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영국) 변이보다 전파력이 1.6배, 입원율이 2.26배 높다고 보고된 델타 변이 확산세도 우려된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음식점 및 경기 성남시 영어학원 집단감염 사례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된 9명이 확인됐다. 역학조사에서 수칙 위반 사실이 발견됐고, 현재 변이 감염 여부를 추가 분석 중인 만큼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해외에서도 델타 변이의 빠른 전파 속도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미 50개 주에서 발견되고, 미국 내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전주 대비 10% 증가했다. CDC는 유행 증가의 이유로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과 57.4%에 불과한 접종 완료율을 들었다.
비수도권 지역은 새 체계 1단계를 적용하되 14일까지 2주간 이행 기간을 거친다. 예외로 충남 전 지역과 강원·전남·경북·경남 등 개편안을 시범 적용하던 지역에선 이행 기간 없이 사적 모임 제한이 해제된다. 이런 상황에 수도권 시민들이 비수도권으로 대거 휴가를 떠날 경우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미 주요 관광지 호텔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여름철에 각지로 관광객들이 퍼질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퍼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더 확산하면 8~9월에는 더 큰 유행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 새 거리두기 체계 시행을 늦추거나 새 체계 3단계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름 휴가철 방역 강화 대책 시행과 함께 젊은 층 예방접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기존 체계를 5~6개월간 했는데도 신규 확진자 수 500~600명대를 유지하다 갑자기 급증했다. 기존 거리두기 체계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새 거리두기를 적용한다면 원칙대로 수도권은 3단계를 적용하고 여름철 방역 강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새 체계 적용하려면 8월 말에서 9월 초가 적합하다고 보지만, 그때까지 국민들이 기다리진 못할 것"이라며 "그 사이에 예방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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