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뇌물 수수 및 13차례 성접대 혐의 등
1심 무죄→2심 징역형…대법, 파기환송 반전
"증인, 검사 면담후 진술 번복…신빙성 없어"
김학의 보석 인용…법정 구속 225일만 석방
수사단 "증인 사전 면담은 적법한 조치였다"
검찰 수사단은 적법절차에 따라 증인을 사전에 면담했으며 회유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를 삼았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검찰이 사전에 면담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는 1심과 원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신문 전 증인을 소환해 면담을 했고 이 과정에서 증인은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 등 내용을 확인했다"며 "증인은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을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이후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차명 휴대전화 등에 대한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등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이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종전에 한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면담 과정에서 압박 등으로 증인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법정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차관 의혹을 다시 수사한 검찰 수사단은 증인을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 규칙상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하기 전 사실확인 등을 위한 절차를 미리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증인 사전면담은 검찰사건사무규칙 189조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라며 "해당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김 전 차관은 이날 오후 4시26분께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김 전 차관은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구치소 밖으로 나왔다. 희끗한 머리로 나온 그의 얼굴에는 흰색 턱수염이 길게 자란 상태였다. 양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
구치소 정문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이 '오늘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학의 동영상은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검은색 대형세단에 몸을 실은 뒤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06~2007년 윤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도 있다.
또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김 전 차관이 2008년 초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저축은행 회장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도 1심은 무죄로 봤다.
이 밖에 김 전 차관이 다른 사업가인 최모씨로부터 8년간 신용카드를 받고 명절 떡값으로 상품권 등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총 4000만원 가량을 제공 받은 것도 모두 무죄 혹은 이유 면소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 및 성접대,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는 모두 무죄로 봤지만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씨로부터 4000만원 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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