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전날 검찰총장 주재 부장회의 진행
인권 보호 취지 공감…수사 제한은 우려
의견 조율 가능성 시사…추가 회동 전망
앞서 진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 총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번 조직개편안 결과에 따라 김 총장의 검찰 조직 장악 능력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법무부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박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의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수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승인 필요' 등의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안에 반기를 들며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선택한 셈이다.
대검은 전날 오후 5시부터 6시15분께까지 약 1시간15분 동안 김 총장 주재로 부장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참석한 대검 간부들은 '2021년 상반기 검찰청 조직개편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검은 검찰의 인권 보호 및 사법 통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직개편안의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직접수사를 위해 법무부 장관 등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검은 "이미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축소됐고 지금은 국민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조직개편안처럼 일선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 및 권한 등을 제한하는 등 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민생과 직결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해주기를 바라더라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한다"며 "일선 검찰청의 검사들도 대부분 (조직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대검의 입장 발표 이후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즉답은 피하면서도 박 장관과 소통하겠다며 의견을 조율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총장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조직개편안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향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장이 나름의 정면돌파를 선택한 배경에는 취임 초기부터 흔들리는 자신의 입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친정권 인사로 평가받으며 '방탄 총장'이라는 우려섞인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취임 초기 자신의 존재감과 리더십 강화를 위해 고위급 간부 인사와 직제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검찰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시킬수 있을지가 주목됐다.
하지만 김 총장이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힘을 못섰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번 조직개편안에서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직제개편안 거부' 선언으로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를 둘러싼 내부 잡음을 해소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공고히 해 리더십과 조직장악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조직개편안 반대 입장 표명을 통해서 검찰 고위급 간부의 친정부 편향 인사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위기를 스스로 넘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총장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조율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공은 박 장관에게 넘어갔다. 앞서 박 장관이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김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 만큼 둘이 추가 회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장관은 이날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대해 "(의견이) 상당히 세더라.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바로 뭐라고 반응하기는 좀 그렇다"며 "(대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김 총장을 다시 만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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