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기저효과 작용…하반기 해소
전문가 "하반기 인플레 압력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더 커져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6%로 전월(2.3%)에 비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는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4월(2.3%)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했다.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가 이어진 것은 지난 2018년 11월(2%)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한은 조사국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지난해 5월 석유류 가격이 큰 폭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석유류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7% 하락한 바 있다. 또 농축산물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이번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당부분을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경제전망 당시 예상했던 수준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월 소비자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에 유가가 급락을 했는데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지난 4월에 2.3%로 높아졌고 5월에는 이보다 좀 더 높아지지 않나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되면서 하반기중 2%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내년에는 1%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는 유가, 농축산물 등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3%에서 1.8%로 0.5%포인트 올렸다.
반면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경기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개인서비스물가는 2015년~-2019년 평균 수준의 오름세를 회복했다.
한은은 "최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의 물가상황과 향후 물가흐름에 대해서는 이 총재가 이달 24일 물가설명회에서 자세히 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기저 효과 및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 지표는 기상요인, 국제 원자재 병목 현상, 소비 회복 속도, 경제 주체들의 기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물가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 차단, 생활물가 안정 등을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급감한 바 있다"며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달 물가 상승 폭 확대에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 인플레이션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백신 접종률 확대 등에 따라 경기가 빠르게 회복 되면서 하반기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저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은 했다고는 보지만 농축수산물 등이 오르면서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물가상승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근 미국 등 해외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 대선이 있고, 미국도 아직까지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아직 없어 한은이 당장(연내) 기준금리를 조정하기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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