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흔들린다①]부실급식, 대체 어디가 문제인가…군 개혁 신호탄?

기사등록 2021/06/03 06:00:00 최종수정 2021/06/15 08:46:01

코로나19 격리장병 급증에 부대 급식 부담

일부 지휘관, 불성실한 태도…배식에 소홀

잇따른 장병 제보에 급식 체계 전반 불똥

55만명 대규모 병력 유지 한계 봉착 지적

모병제 전환 등 체질 개선 계기 될지 주목

[서울=뉴시스]군부대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11사단 예하 부대 장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이날 점심 배식 메뉴가 부실했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사진=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쳐) 2021.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 부실 급식 문제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휴가를 다녀온 뒤 전국 부대에 격리돼 있는 일부 장병들이 도시락이 부실하다며 온라인상에 제보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군 체질 개선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누리소통망(SNS) 계정에는 이달 들어서도 격리장병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이 부실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제보는 지난달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격리 장병이 3만명 수준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모든 군부대에서 급식이 부실하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코로나19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방부는 집단생활을 하는 군부대에서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군사대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격리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휴가 금지에 장병들의 불만이 급증하자 군 당국은 휴가를 허용하는 대신 휴가 복귀 후 2주간 격리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은 부대 복귀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2주 동안 격리시설에 머물고 나서 재차 검사를 받고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이 와중에 전국 각지 군부대에서 격리생활을 하는 인원은 하루 2만5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부대 안에서는 갈등이 증폭됐다. 휴가를 다녀온 인원이 격리시설에서 업무 없이 2주 동안 쉬는 동안 다른 부대원들은 이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대신 당번까지 서야 했다. 격리 장병에 대한 시선이 고울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일부 지휘관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부실 도시락 사태의 원인이다. 대부분의 부대에서는 지휘관이 도시락 지급 상태 등을 점검했지만 일부 지휘관은 배식에 소홀했다. 지휘관이 손을 놓은 부대에서는 도시락 품질이 들쭉날쭉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식사를 제공 받은 병사들이 분노하며 외부에 제보한 것이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욱 국방부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근무지원단을 방문, 김승호 국방부 근무지원단장으로부터 격리장병용 급식과 포장 용기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1.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사태는 군 급식 체계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군부대 스스로 급식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 급식 업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민간 급식 업체와 계약을 맺어 군인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시에 대비하는 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면적인 민간 급식 전환은 피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전시에 대비하는 군부대가 민간 업체에 의존할 경우 급변 사태 때 업체의 이탈로 장병에 대한 영양 공급이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전방 접경지역에 있는 부대의 경우 민간 급식 업체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있어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부실 급식 사태를 계기로 55만명에 달하는 국군 규모와 현행 징병제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품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대규모 격리, 그리고 이에 따른 군 내부 갈등은 징병제 유지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징병제하에서 군복무를 하는 인원 중 대부분은 군인이 될 의향이 없음에도 헌법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에 응했다. 게다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병사들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열악한 생활조건에 직면할 경우 항명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박재민(왼쪽) 국방부차관이 격리장병용 도시락을 확인고 있다.  2021.05.13.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현행 징병제 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모병제 전환 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은 오는 3일 제3차 대한민국 집현포럼 '모병제: 지속가능한 병역과 한국판 뉴딜' 정책세미나를 앞두고 배포한 개회사에서 "모병제로의 뉴딜전환은 무엇보다도 인구절벽시대 지속가능한 군병력 수급의 문제, 전문성을 강화한 정예강군 육성의 문제, 청년일자리 문제, 젠더갈등의 문제 등 중첩된 4개의 과녁을 동시에 뚫는 강력한 화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장은 "50만 상비구조는 2035년 이후 도래하는 2차 병역자원 절벽으로 인해 향후 15~20년 이후에는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이는 2040년대 이후를 대비하는 새로운 병력구조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병역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또 "미래 병역자원은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의 디지털 세대, 즉 강제·권위·특권·통제보다는 자발·탈권위·정의·소통 등을 원하는 MZ세대"라며 "국방 의무와 군 복무방식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우리의 병역제도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의 징병제 제도하에서 모병제 성격이 있는 지원병 제도 보완과 더불어 간부 및 여성인력 충원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면서 민간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과 전면 모병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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